[인터뷰+] 한소희 "'부부의 세계'로 주목, 제 몫 아닌 거 알아요"

입력 2020-05-25 12:38   수정 2020-05-26 08:11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부부의 세계' 한소희가 그랬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믿었던 여성이 남편의 배신 이후 소용돌이에 빠진 이야기를 담았다. 한소희는 '불륜녀' 여다경 역을 맡아 때론 불쌍하고, 때론 요부의 모습을 보이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 16일 종영 당시 28.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비지상파 플랫폼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소희 역시 '부부의 세계'가 발굴한 새 얼굴로 꼽히며 드라마 종영 후 광고계 블루칩이 됐다.

한소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과거에 연기했던 작품, SNS에 올린 사진들과 온라인 실시간 방송까지 모든 부분들이 화제가 됐다. 극중 캐릭터와 전혀 다른 모습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놀랍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한소희는 "그 모든 것이 제 모습"이라며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한소희가 연기한 여다경은 지역 유지인 아버지와 미인대회 출신 어머니 슬하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자라 현대 무용을 전공한 필라테스 강사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현대 무용을 전공했지만, 어머니의 꿈을 대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 목표도 꿈도 없는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이태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꿈꾸던 어린 여성에서 남편의 배신에 몸부림치는 엄마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한소희는 모든 공을 선배 배우들에게 넘기면서 "지금의 관심이 제가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며 "앞으로도 겸손하게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부부의 세계'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

지난 주말에 '스페셜 방송'까지 끝났다. 진짜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아직도 모완일 감독님, 주현 작가님과 통화하면 울컥한다. 앞으로 연기 인생을 살면서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더 보내기 힘든거 같다. 마음이 아직도 안좋다.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셔서 그래도 기분좋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 '부부의 세계'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사랑도 많이 받았다.

전 기분이 그랬다.(웃음) 악역으로 욕먹으면 칭찬이라고 했는데, 저는 다경이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라 욕을 먹는게 크게 좋진 않았다. 그런 것도 하나의 관심이고, 집중해주시는 반응이라 생각했다. 시청자분들보다 가족과 친구에게 더 욕을 많이 먹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저한테 그렇게 말하더라.(웃음) 준영(전진서)이를 데려와 계모 역을 하는 시점부터 진짜 욕을 많이 먹었다. '어떻게 애 한테 그러냐'고 하고. 제 친구들 중에 유부녀들이 있어서 그런 반응이 많았는데, 재밌었다.

▲ 시청자들 반응 중에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나.

'똑같이 당해봐라. 그런 것들' 이런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다들 선우(김희애) 역에 집중돼 있어서 다경이의 결말에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이 많더라. 그게 인상적이었다. 저는 여다경도 몰락했다고 생각했다는데 시청자 분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웃음) 아빠가 없는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다경이는 앞으로도 지옥일텐데, 시청자들에겐 사이다가 되지 못한 거 같다.

▲ 다경이는 왜 이태오(박해준)에게 빠졌을까.

저에게도 그 부분이 숙제였다. '다경이는 왜 애딸린 유부남을 사랑할까' 싶었다. 어리고 금수저인데 왜 그럴까. 제 스스로 생각한 건 다경이라는 캐릭터는 부모님의 권력에 등떠밀려 살았던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꿈, 직업, 미래, 이런 것들을 중요시한다기 보단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것에 대한 결핍이 컸을 거 같다. 태오는 가진 것이 없지만 독립영화부터 예술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런 모습이 다경이에겐 멋있어 보였을 거 같다. 그리고 드라마에선 '지질'하게 나오는데 박해준 선배님이 진짜 잘생겼다. 그래서 그런게 아닐까.(웃음)

▲ 이태오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죄다.(웃음) 다경이를 연기하면서 '배울 점이 없는 남자는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 되뇌며 연기했다.

▲ 여다경을 연기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됐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고산에 돌아온 거 부터가 이해가 안됐다. 자신의 아이를 챙기고 다른 곳에 정착해서 살면 되는데, 태오의 의견이긴 하지만 '우리 이렇게 잘살아'를 과시하려 돌아온 거 아닌가. 그 자체가 지선우에게 졌다고 생각했다. 그걸 왜 지선우에게 과시해야 했을까. 그 부분이 이해는 안됐지만 돌아오면서 아예 분위기가 전환되니까. 온전히 이해할 순 없어도 극의 흐름에 집중했다. 그 앞뒤의 차이만 명확하게 드러내도 다경이 돌아오는 근거가 되겠다 싶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정말 많지만, 2년 전엔 제가 선우의 뒤통수 때리는 장면. 촬영하기 전부터 제가 (김희애) 선배님을 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무서웠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는 경험이었다. 공포스럽기도 했다. 2년 후엔 선우가 다 포기하고 바다에 들어가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허망함과 허탈함과 그 사이에 미묘하게 들어있는 편안함이 느껴져서 잊혀지지 않았다.

▲ 김희애 씨와 갈등하는 역할이라, 촬영장에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희애 선배가 간담회에서 '일부러 거리를 둔다'고 했는데, 저를 믿고 맡겨 주신거 같다. 저의 감정을 공유하는게 선배님의 몰입을 방해하는 거 같아서 저 역시 홀로 고민하고, 연기했다.

선배님은 현장에서도 완벽한 분이었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무기력함을 느꼈을 때 '저기까지 올라가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계속했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좋고, 우아했다. 지선우 그 자체였다. 기품이고,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여성미에서 전혀 눌리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것에 저도 매료됐다.

그런 선배와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겐 영광이었다. 다음엔 현서(심은우) 같은 역할로 만나고 싶다.

▲ 메이킹 영상을 보니 김희애 씨가 다른 배우들을 안아주더라.

저도 안기고 싶었는데, 메이킹 촬영이 있던 날엔 촬영이 없었다. 그 메이킹 영상을 찍을 때 말고 제 촬영을 끝냈을 때 안아주셨는데 눈물이 나왔다. 그런 대선배님과 함께 이 작품을 끝냈다는 사실에 감정이 복잡했다. 선배님의 커리어에 누가 될까봐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오랜만에 김희애 선배님의 복귀작이었다. 선배님의 연기에 피해가 되지 않길 바랐다. 마지막 촬영 후 안아주신 순간 조금이라도 인정받은 생각이 들면서 울컥했다.

▲ 여다경이 불쌍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작품에서 끝까지 구원받지 못하는 캐릭터가 손제혁(김영민)과 이태오다. 아이가 생기면서 여다경에 대한 동정의 감정이 생긴거 같다. 그리고 여다경이 소름끼치게 지선우 캐릭터의 젊은 시절과 비슷한 거. 그래도 다경이를 응원해 주신 분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한 거 같다. 다경이를 공부하면서 '조금이라도 이해주는 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느꼈는데, 그렇게 공감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신기하고 감사했다. 절대 이해받지 못할거 같았다.

▲ 불륜녀 연기를 위해 김희애 씨의 '내 남자의 여자', '밀회' 등의 작품을 참고했다고.

신기하게 유튜브에 추천 아고리즘으로 뜨더라. 그래서 계속 보면서 참고하고, '이런 상황에서 김희애 선배님은 이렇게 연기했구나' 고려하면서 봤다. 정말 매력적이다.

▲ 이전의 불륜녀와 확실히 다르다.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도 지금이니까 가능한 거 같다. 개개인의 사랑을 존중하는게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불륜이라는 키워드는 비난의 대상이 되야 하는 건 확실한데, 이 모든 캐릭터에 서사가 있다. 그게 연출자의 힘, 작가님의 힘 같다.

▲ 극중 제일 미운 캐릭터가 있다면?

이태오다. 박해준 선배님이 '이태오는 얕은 머리로 이 상황에 뛰어든 게 문제'라고 하셨는데 그게 맞는거 같다. 정말 1차원 적이다. 지선우와 다시 만나 키스하는 것도 그렇고, 이성없이 감정으로만 모든 것을 끌어 간다. 연기하면서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마지막 회에는 제니도 있는데 지선우만 보고 있다.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다경이가 태오를 떠나지 않았을까. 이태오는 마지막까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 '비혼장려드라마' 라는 평가가 있었다.

'부부의 세계'를 하면서 결혼을 못할거 같더라. 단순히 불륜만이 아니라 예림(박선영)과 제혁이를 보면 부부간의 불신도 있고, 명숙(채국희)은 비혼으로 살면서 직장에서 겪는 부조리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완벽해 보이는 가정이 무너지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라 감히 시작도 못할거 같더라. 마지막을 보면 지선우가 '모든 것들도 다 이해한다'는 메시지도 나온다. 정말 사랑만 해서는 살 수 없는게 부부 같더라. 아예 만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경이는 '사랑지상주의'아닌가. 실제 한소희는 어떤가.

절대로 그렇게 못한다. 이태오를 보면서 왜 한사람에게 만족하지 못할까 싶었다. 사람의 취향이 있는데 이태오는 여자만 바뀔분 취향만 같은 거다. 취향이 꽂혀서 결혼했으면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지, 왜 다른 여자에게 같은 취향을 요구하는 건가 싶다. 저는 한 사람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 그럴 바엔 혼자 살고 싶다.

▲ 감정 연기도 화제가 됐지만 초반에 베드신도 화제가 됐다.

키스신도 몇번 있었지만 베드신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박해준 선배와 가까워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배가 굉장히 집중해 계셔서 저도 몰입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선배님이 '이건 액션 연기'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큰 도움이 됐다. 어쨋든 감정을 나누는 베드신이지만 동선이 명확하게 있고, 어떤 느낌으로 해야하는지 정확해서 정신없이 촬영했다.

▲ '부부의 세계' 이전, 이후로 달라진 대우가 느껴지나.

정말 많이 알아봐주신다. 그게 가장 크게 바뀌었다. '돈꽃'도 그랬지만 대선배님들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노력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온 피부로 와닿았다. 인지를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느껴진다. 연기는 감정도 묻어나야 하지만 툭치면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그건 100% 경험과 노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제 딴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끊임없이 벽에 부딪힌다. 선배님들을 보면서 감정의 결이 많은걸 보면서 '난 아직 멀었다' 싶었다.

▲ '돈꽃', '백일의 낭군'에 이어 주인공 남자를 두고 대결하는 불륜녀, 악독한 세자빈 등을 연기했다. 그렇게 굳어지는 이미지에 걱정은 없었을까.

불륜이라는 키워드가 제 바짓가랑이를 잡더라도 바꿀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전체의 맥락에선 비슷하지만, 제 캐릭터를 중심으로 보면 세밀한 부분은 다 다르다. 그래서 저에겐 항상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에 해봤으니 접근하기 쉽진 않겠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 여다경은 욕먹었지만 한소희 팬은 늘었다.

다행이다.(웃음) 예전에 모델 활동했던 사진이나, 주고받았던 카카오톡들이 공개되면서 극중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시고 좋아해 주시는 거 같더라. '얘가 나쁜애가 아니었구나' 이런 느낌이다.

'의외의 모습'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때의 모습도 저고, 지금의 모습도 저다. 사상과 생각이 크게 다르진 않다. 이 일을 하면서 저의 생각과 생활에 제약이 생기지 않나. 그거에 맞춰서 완성된 게 지금의 저다. 과거라고 표현하는 것도 민망한 게 불과 3-4년 전이다. 그런 면들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거 같다. 회사에서 좀 눌러라 하시기도 했는데, 이젠 믿고 가시는 거 같다.

▲ 신인 한소희의 발탁은 모완일 감독에게도 모험 아니었을까.

그런거 같다. 미팅도 오래 하고, 촬영장에서도 많은 대화를 했는데, 저에 대한 환상을 깨지 않으려 제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셨다고 하더라. 캐스팅의 시작은 이미지인데, 저 자체를 다경이로 보려고 노력하셨던거 같다. 그래서 연기를 하기 전에도 제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셨다. 다경이가 20대 초반 여자애라 제가 가장 잘 알거라 생각해주시고, 그렇게 한땀한땀 만들어주셨다.

▲ '부부의 세계' 촬영을 하면서 허리 부상을 당했다.

제니를 안아주는 장면을 찍으면서 허리가 삐끗했다. 거기에 다경이가 집에서도 신을 신고 다니는데, 제가 발이 작은데 힐을 신고 계속 서있어서 허리가 나갔다. 그런데 요즘 촬영도 이어지고, 그러면서 조금 무리가 온 거 같다.

▲ 여다경을 연기하면서 원작은 참고하지 않았나.

말 그대로 참고만 했다. 원작에 제 역할을 한 배우와 제가 닮았더라. 그분이 어떤 표정을 했는지는 봤다. 그 여자의 매력은 무엇이고, 그런 부분을 참고했다.

▲ '부부의 세계'로 한소희의 '연기의 세계'가 열렸다는 평이다.

이제 시작이다. 더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더 다듬어진 상태로 나오고 싶다. '부부의 세계'는 제가 잘해서 잘 된 작품이 아니다. 저를 선택해준 감독님께 피해가 되지 않게, 선배님들의 연기에 누가 되지 않게,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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