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공포의 싱크홀' 사라진 까닭은

입력 2020-05-26 17:29   수정 2020-05-27 00:21

최연우 서울시 도로관리팀장은 2014년 여름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서울 도심 곳곳에서 흔히 ‘싱크홀’로 불리던 도로함몰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사고가 터지자 두려움에 떨었다.

2014년을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도로함몰 사고는 2016년 한 해 서울에서만 85건 발생했다. 나흘에 한 번꼴로 도로가 무너져 내린 셈이다. 하지만 3년 만인 지난해 사고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시가 동공(洞空) 탐사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도로함몰 사고를 예방했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로함몰 사고 발생 건수는 2016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9건에 그쳤다. 2017년 28건, 2018년 24건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동공 탐사 기술의 발전이 도로함몰 사고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동공이란 땅속에 숨은 빈 공간을 뜻한다. 주로 노후 하수관이 손상돼 흙이 유실되거나, 땅속에 수도관 등을 묻은 뒤 빈 공간을 제대로 메우지 않아 발생한다. 도로함몰은 이 동공 위에 깔린 도로가 차량 등이 지나가면서 가하는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일어나는 사고다.

2014년 국내에는 동공을 찾아내는 기술력이 없었다. 지반에 전파를 쏴서 공간을 찾아내는 기술이 있긴 했지만 정확도가 20%대에 불과했다. 1980년대 후반에 설치한 하수관이 한꺼번에 노후화되면서 도로함몰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한 서울의 경우 하루빨리 탐사 정확도를 올리지 못하면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 주도로 동공 탐사 기술력을 단시간 내에 끌어올리기 위한 전담팀을 꾸리고, 국내 동공 탐사업체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도로함몰 사고를 먼저 겪은 일본 도쿄도를 직접 찾아가 기술협약을 맺고 선진 기술을 배워오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국내 업체의 동공 탐사 정확도는 2년 만에 70%대까지 올라갔고, 지금은 95%에 달해 일본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동공 탐사 기술력이 올라가자 찾아내는 동공은 늘어나고, 이를 미리 메운 덕에 도로함몰 사고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5년 251개의 동공을 찾아내는 데 그쳤던 서울시는 2년 뒤인 2017년에는 1280개의 동공을 발견했다. 최 팀장은 “1000개가 넘는 동공을 찾았다는 것은 도로함몰 사고를 1000건 넘게 예방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도로함몰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서울보다 늦게 도시화가 시작된 부산 등 다른 대도시 지역으로 도로함몰 사고가 번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선 192건의 도로함몰 사고가 일어났다. 김진효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은 “도로함몰 사고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며 “동공 탐사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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