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보안법 처리한 날, 美 사드 미사일 교체…韓 외교 '시험대'

입력 2020-05-29 17:25   수정 2020-08-27 00:03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무시하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지난 28일 밤 주한미군이 기습적으로 경북 성주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내 노후 미사일을 교체했다.

올해 초부터 예정됐던 일정이라는 게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 설명이지만 묘하게 시기가 겹치면서 각종 추측을 낳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미국이 한·중 관계의 아킬레스건인 사드 갈등을 재촉발시켜 한국을 ‘반중(反中) 전선’의 앞줄에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맹국 줄세우기’에 나선 미국과 ‘한국은 누구 편이냐’를 반복적으로 묻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균형외교 전략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국방부 “노후 장비 교체, 성능 개량 아냐”

국방부는 29일 “주한미군이 성주 사드 기지에서 운용 시한이 지난 일부 요격미사일과 사드용 발전기, 데이터 수집 전자장비 등 노후 장비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국방부 협조를 받아 전날 밤 10시께부터 이날 오전 7시께까지 육로를 통해 신규 장비를 수송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무기 안전성 차원에서 교체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한미군이 올해 초부터 우리 정부에 이 같은 계획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가 일각에선 이번 사드 장비 교체를 미국의 대중 압박과 연관 짓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보안법 통과일을 일부러 골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드 이슈를 부각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을 적극 추진하며 한·중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는 시점이어서 우리 정부가 느끼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 이번 사드 장비 교체 계획을 중국에 사전설명했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자택일 압박받는 한국

미·중 간 대립의 각이 날카로워지면서 자국에 힘을 보태라는 양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고위관료들은 동맹국들을 향해 연일 노골적으로 대중 견제에 참여하라고 요구했다. 하이노 클링크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우리는 중국의 악의적인 활동에 침묵하고 소극적으로 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우방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이 (미국과) 똑같이 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핵심 관계자가 2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찾아 양국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도 미국의 이 같은 압박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원하고 있는 반중 경제블록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국 주재 대사관과의 협의는 일상적인 업무”라고 했다.

중국은 이날 사드 장비 교체와 관련, “사드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균형외교로 돌파구 찾아야”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미·중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균형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중 어느 한편을 택할 경우 경제·외교적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동맹국인 미국과 오랜 기간 밀접한 안보·경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중국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드 갈등으로 빚어진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남북한 관계 개선에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것 역시 부담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이 언제까지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특정 국가가 아닌, 어떤 가치를 바탕으로 원칙을 세우는 효과적인 균형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임락근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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