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망 시위,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문제 드러내

입력 2020-06-03 10:53   수정 2020-08-31 00:03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는 각국에 잠재돼 있던 뿌리깊은 인종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시위대와 보안당국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동안 유럽과 아프리카의 여러 도시에서 수천명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집회를 열었다.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흑인 죄수에 대한 학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제국주의 시대부터 시작된 식민지에 대한 제도적 인종차별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흑인유산암스테르담투어의 창립자인 제니퍼 토쉬는 군중들을 향해 "네덜란드에 사는 우리에게는 인종차별 문제가 없다고 믿고 싶다면 집회를 떠나 집으로 가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서인도회사는 1600~1700년대 50만여명의 노예를 유럽으로 공수했다.

토쉬와 참가자들은 플로이드의 죽음과 수세기 전 노예가 받았던 대우를 비교하면서 "우리는 이전에 노예들에게 낙인을 찍고 억압한 박해자들과 침략자들의 모습을 지금 이 순간에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는 시위대가 '영국도 유죄'라는 플래카드를 동원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2000여명이 미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독일 축구 1부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선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가 골을 넣은 후 상의를 벗고 '플로이드를 위해 정의를(Justice for George Floyd)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드러내 경고를 받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선 사회구호단체(NGO) 'SOS 인종차별'이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조직했다. 이 단체의 회장 도미니크 소포는 "경찰의 인종 차별 문제는 프랑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파리에선 경찰에 체포된 흑인 청년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망한 아마다 트라오레의 가족들은 경찰 3명이 그를 둘러싸서 체포하면서 과도한 폭력을 썼다고 비판했다. 두 시간 이후 사망한 그의 부검 보고서에선 경찰의 진압이 직접적 사망 원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 논란이 증폭됐다.

프랑스 운동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가 지속되는 동안 특히 아프리카 출신들이 많이 사는 저소득 지역에서 경찰의 과잉 통행제한 조치가 다수 나왔다고 주장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면책 살인을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든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앞에 모여들었다. 시위를 조직한 나풀라 와풀라는 "케냐에서도 공권력이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을 탄압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선 여기에 인종 문제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감비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도 시위가 지속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아프리카인·아프리카계 후손 단체인 CNAAE는 "스페인에서도 인종차별로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시위대도 "포르투갈은 인종차별 청정지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선 시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스페인 극우 정당인 '복스(Vox)'와 네덜란드 '반이슬람 자유당'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했다.

복스는 트위터에 "진보주의 백만장자들이 지원하는 길거리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올렸다. 네덜란드 반이슬람 자유당 소속 게르트 빌더스 의원은 트위터에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극좌 안티파(antifa)에 의한 무정부상태"라고 썼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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