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북정책, 주민 자유·인권을 등대 삼아야

입력 2020-06-03 18:08   수정 2020-06-04 00:13

우리는 첨예한 지정학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베이징과 워싱턴의 마찰은 정치·경제·군사·문화 다방면으로 확산되는 미·중 충돌의 단면에 불과하다. 세계화의 퇴조와 민족주의 발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정학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은 국제질서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분단 이후 국제질서가 요동칠 때마다 대북정책도 그 흐름을 타고 방향을 바꿨다.

1세대 대북정책은 휴전 이후 미·소 이념대결이 지배하던 1980년대 말까지의 냉전적 사고에 입각한 대결정책이다.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지하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게 정책의 핵심이었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모두 적으로 보는 ‘적대적 관점’에 입각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정책이다. 7·4 공동성명, 적십자회담, 대북 수해지원 등 간헐적인 대화는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제 역할을 했다.

2세대 대북정책은 냉전이 끝난 1989년부터 2016년까지 탈냉전시대에 편승한 화해협력정책이다. 북한도 경제적으로 도와주면 핵을 포기하고 정치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대북지원에 방점을 뒀다. 정권과 주민을 동반자로 보는 ‘정권과 주민 동일체 관점’을 지녔다. 북한이 동반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군사위협의 주체라는 남북관계의 이중성 딜레마를 야기했고, 북한의 경제발전·비핵화·정치민주화에 다 실패했다.

이 시기 북한은 민족애에 입각한 우리의 선의를 악용하며 우리를 기만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103억달러가 넘는 대북지원의 결과로 돌아온 것이 핵과 미사일이다. 근본원인은 북한의 독재체제다. 대북지원이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정권을 변화시키기는커녕 독재를 강화하는 데 악용됐다. 천안함 폭침에도 불구하고 화해협력정책이 유지된 것은 30여 년 지속된 탈냉전의 관성 때문이었다.

2017년부터 궤도에 오른 지정학 경쟁시대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협력과 지원이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특히 공산당 1당 지배를 허용하는 ‘중국식 개혁개방’은 독재정권의 패권 장악에 악용됐다. 서방세계가 탈냉전의 평화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독재에 정면대응하면서 지정학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3세대 대북정책은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구분하는 이원화 정책이다. 화해협력정책이 실패했다는 각성하에 노동당의 독재가 지정학 경쟁시대에 더욱 기승을 부릴 것에 대비하고자 한다. 정권은 우리를 위협하는 적으로, 주민은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간주하는 ‘정권과 주민의 차별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이중성 딜레마를 해소한다.

중국식 개혁개방도 북한의 길은 아니라고 본다. 노동당은 중국 공산당처럼 외부의 지원을 독재강화와 한반도 패권장악에 악용해왔다. 3세대 대북정책은 독재정권을 최대한 압박해서 도발과 폭정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한다. 동시에 북한 주민들이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이룰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적극 지원한다. 결국 북한에 자유가 뿌리내려야만 독재를 종식시키고 평화통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3세대 대북정책은 북한동포의 자유와 인권을 등대로 삼는다. 정부는 세계질서의 판이 바뀐 상황에서 화해협력정책이 용도 폐기됐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노태우 정부 이후 실패를 거듭한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독재정권을 도와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정권과 주민을 동일시해서는 북한을 보는 눈이 비판적인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는 우리 젊은이들은 본능적으로 독재에 대한 저항감이 체질화된 세대다. 제한된 여건에서 자유와 소통을 갈망하는 북한의 젊은 세대도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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