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전염병 재난 "SOS"…로펌 '위기관리팀' 바빠졌다

입력 2020-06-07 18:20   수정 2020-06-08 01:10


약 10년 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식품기업인 네슬레의 광고를 패러디해 제품 불매를 유도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네슬레의 초콜릿 바 포장을 뜯었더니 오랑우탄의 손가락이 나오고 직장인이 이를 먹는 내용이다. 네슬레는 즉시 법적 자문을 거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승소했다. 그러나 법적 대처와 상관없이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아야 했다. 오랑우탄 등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산한 팜오일을 쓰는 기업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기업 경영에 ‘위기’는 언제나 발생한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대형 법무법인(로펌)의 ‘위기관리팀’이 주목받고 있다. 전염병 등 재난재해 외에도 정치, 소비자,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종 위기가 기업 경영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로펌들이 제공하는 위기 대응은 법적 판단 이외에도 ‘경영적 판단’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법적 관점에 ‘경영 마인드’는 필수”

공장 등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전염병,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구속 등은 기업의 존립과 맞닿아 있는 외부 위기들이다. 이때 단순한 법률 문제뿐만 아니라 피해자 지원, 경영진과의 의사소통, 사회적 여론 등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위기관리팀의 역할이다.

예컨대 지난 4월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이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위기관리팀은 민사적 배상 문제나 보험 등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당국과의 조사협조, 불매운동 방지, 피해자 보상 등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사안도 맡는다. 서동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갑자기 발생한 외부위기에 대응할 때 ‘비용을 절감하려면 구조조정하라’는 식의 일시적으로 버티는 대책을 내놓아선 한계가 있다”며 “기업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각 기업 상황에 맞는 비상계획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관리 측면에서 유명한 사례로 꼽히는 네슬레 광고는 당시 식품회사들에 팜오일을 공급하는 인도네시아 공급업자가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불법으로 불태우고 그 자리에 팜오일 생산단지를 세운 데서 출발했다. 그린피스는 마지막까지 이 업체의 팜오일을 공급받은 네슬레에 대해 소비자 불매 운동을 벌인 것이다. 네슬레는 동영상을 지우도록 법적 조치에 나섰지만 영상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계속 복사돼 퍼져나갔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위기관리팀은 다른 팀보다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설령 법적 책임이 없는 사건이더라도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의 피해자 지원, 소비자 정서, 시민사회 및 정부와의 소통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관리팀이 각종 ‘위기’에 대응할 때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신속성’이다. 배재덕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위기 초기 단계에서 기업 당사자들이 취하는 스탠스(입장 혹은 자세)가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경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노동·금융…위기 대응 주자들

세종은 위기관리팀을 사전적 위기예방팀과 사후적 위기관리팀으로 나눠 운영한다. 사전팀은 규제 대응의 관점에서, 사후팀은 재난사고나 형사적 이슈를 대응하는 관점에서 위기를 분석하고 관리한다. 율촌은 국제형사, 특수 수사 등의 경력이 있는 이영상 변호사를 필두로 위기관리팀을 꾸렸다. 디지털 포렌식 기법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기업 경영진의 형사문제에 대해 조언한다.

바른은 회생과 노동, 조세, 금융 등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위기를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무급휴직, 정리해고 등 노동법상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소송 이전에 미리 대응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화우의 리스크 관리팀은 경제 및 산업 환경의 변화, 법 개정 현황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현안 이슈들을 점검한 뒤 정기적으로 내부 세미나를 열고 있다. 동인은 회사 설립이나 주주총회 및 이사회 구성 등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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