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주 날릴뻔한 솔젠트…삼성 '기술과외'가 쓴 반전 드라마

입력 2020-06-10 16:22   수정 2020-06-11 08:22


”삼성전자와 중소기업 연구진이 모인 38명 단톡방의 실시간 소통 위력이 컸습니다.”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사장)은 10일 삼성전자 엔지니어와 솔젠트, 사출·금형기업 등 기술전문가 38명이 중소기업이 부딪힌 각종 기술적 난제들을 풀기위해 24시간 서로 머리를 맞대며 극복해나간 경험을 이같이 소개했다. 10일 대전 소재 솔젠트 본사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주최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성과 보고회 자리에서다.

감염병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연매출 61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솔젠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전세계 수요가 급증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체계', '높은 수작업 의존도' 등으로 수출의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제도적 지원, 삼성전자의 '기술과외'로 짧은 6주간의 기간내 생산능력을 73%높이고, 불량률을 40%낮추는 데 성공했다. 현재 대표적 'K-방역'성공사례에 오른 솔젠트는 전세계 40여개국과 장기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공장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석도수 솔젠트 대표는 "삼성의 헌신과 기술 지원에 감사드린다. 상생의 소중함을 절감했다"며 "글로벌 분자진단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獨수입품 100%국산화

솔젠트는 코로나19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 캐나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출 요구가 급증해 지난달부터 기존 진단키트 생산량의 5배, 8월부터는 20배에 달하는 물량을 수출할 예정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도 얻어냈다. 하지만 진단키트용 플라스틱 튜브용기를 납품해오던 독일 업체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국내 수요 때문에 갑자기 수출을 중단하면서 수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자재 공급이 막힌데다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해 납기일을 지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솔젠트는 중기부와 중기중앙회, 삼성전자에 긴급하게 SOS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7일 김 사장이 참여하는 킥오프미팅(첫 회의)를 열고, 제조혁신 전문가 12명을 솔젠트에 파견 보내 6주간 상주시키며 현장 혁신을 단행했다. 김 사장은 “당시 품질 좋은 한국산 진단키트를 공급 받기위해 세계 각국 정부가 인천공항에 전용기를 대기해놓고 있었던 시기였다"며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IT업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터득했던 경험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이 당명한 어려움에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먼저 삼성은 독일이 수출을 중단한 튜브용기를 100% 국산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도면도 없는 상태에서 기존 수입품의 겉 모습만 보고 보다 개선된 튜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튜브 뚜껑내 용액이 세는 것을 막는 고무링이 들어 가는 데, 이물질이 잘 붙는 고무 소재 특성상 불량률이 40%에 달하는 점도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첨단 금형 기술을 활용해 고무링 없이도 용액이 세지 않도록 ‘일체형’튜브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 불량률은 사실상 0%가 됐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정량의 용액을 튜브용기에 담아야했던 수작업 역시 자동화를 앞두고 있다. 한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반도체공장에 액체를 주입하는 정밀 공정 기계에서 착안해 이를 응용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삼성은 또 1000만원이 안되는 비용으로 자동으로 밀봉시키는 설비도 개발했다. 또 제품에 붙은 라벨 인쇄를 육안으로 검사하던 수작업 절차 역시 '비전 검사기'를 도입해 해결했다.


◆공정 대수술 감행한 삼성

삼성이 단순히 기술 노하우만 공유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식 공정 혁신'을 위해 솔젠트 공정은 대대적 수술이 감행됐다. 배합, 조립, 검사, 라벨 부착, 이물검사, 분주, 캡 조립, 검수 후 포장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공정은 엑셀파일로 수작업으로 관리돼 왔다. 실시간 재고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현 시점 수주가능 물량을 예측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삼성은 원·부자재, 반제품, 완제품 등에 모두 바코드를 붙여, 테블릿PC 한대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재고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병목현상을 막고 물흐르듯 공정이 이어가도록 컨베이어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이 모든 혁신의 바탕엔 삼성전자와 중소기업 기술진이 모인 단톡방이 있었다.

김 사장은 "단톡방에서 서로 문제점을 공유하고 오너십있게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며 6주간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며 "소통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나눈 대화 분량만 A4지 44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강성천 중기부 차관도 "삼성전자의 노하우가 돋보였다"며 "대중소 상생이 왜 중요한 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재용, 상생 지원 강화 지시

삼성전자 입장에서 수십년간 글로벌 경쟁을 통해 쌓은 기술 노하우를 거의 공짜로 공유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10월 중기부, 중기중앙회와 매년 100억원씩 향후 5년간 총 1000억원을 조성해 250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2018년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관으로 삼성전자가 발표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와 상생계획에 포함됐던 사업으로 이 부회장이 각별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코로나19 관련 긴급 지원'발표 때 "이번 일로 고통 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시는 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지난 3월 '마스크 대란'발생시 삼성전자가 마스크 생산업체 4개사에 대한 기술과외를 통해 생산능력을 51%나 개선시키는 성과를 거두자, 이 부회장은 이러한 상생 노력을 확대할 것으로 내부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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