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탐·오빈티브…잠못 이루는 직구족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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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11 09:33   수정 2020-09-09 00:02

라탐·오빈티브…잠못 이루는 직구족들 [여기는 논설실]


2010년 대 초반 기자 시절부터 2017년 이후 차장 근무 때에 걸쳐 만 6년을 증권부에서 보냈습니다. 기자 시절 취재할 때와 차장이 돼 다시 돌아와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을 꼽으라면 해외 주식 ‘직구족’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올해 초 논설실로 자리를 옮긴 뒤 ‘주식투자 문화가 또 한 차례 크게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코로나 쇼크’를 계기로 미국 주식을 마치 한국 주식처럼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았던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 소위 ‘동학개미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개미투자자들의 투자 궤적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삼성전자로부터 시작해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혹은 상장지수증권(ETN)으로 이어졌다가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이런 흐름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됩니다.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었던 3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4조9587억원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4월에는 1위 자리가 KODEX WTI 원유선물(1조2763억원)로 넘어갔죠.

5월에는 삼성전자가 순매수 1위를 탈환하기는 했지만, 규모가 3월의 10% 수준인 5930억원으로 확 줄었습니다. 6월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아예 순매도 1위(9170억원)이 됐지요. 반면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매수 건수는 3월 19만1654건→4월 21만2419건→5월 22만2896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국 증시 직구도 처음에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지주회사 알파벳)과 같은 테크주에서 시작해 지금은 항공주, 셰일오일 관련주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유명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새벽에 나스닥 등 미국 증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 네티즌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들의 토론을 보면 오랜 기간 증권부에서 몸담았던 저도 잘 모르는 종목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장난감 업체 해즈브로야 지금은 널리 알려졌지만, 천연가스 회사 오빈티브(티커명 OVV) 같은 종목은 저도 최근에서야 알게 된 종목입니다.

캐나다 최대 오일?천연가스 생산회사인 오빈티브는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2월 하순부터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가 3월9일 2.22 달러를 ‘바닥’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0일(현지시간) 10.03 달러로, 다섯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유가에 연계돼 수익이 결정되는 국내 ETF나 ETN에 들어갔다가 상장폐지 일보 직전까지 갔던 ‘개미’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을 찾다가 발굴된 것이지요. 지금까지의 결과는 ‘스마트 개미’들의 안목이 돋보이는 대성공입니다.

이에 반해 최근 미국 주식 직구에 한창인 개미들 가운데 걱정스러운 행태를 보이는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많은 추천을 받아 일부 투자자들이 돈을 집어넣었던 중남미 최대 항공사 라탐항공의 경우 최근 뉴욕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면서 상장폐지가 확정됐지요.

코로나를 계기로 본격화된 미국주식 직구 열풍이 중?장기적으로 가져올 파장은 매우 복잡다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위험하다”“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재단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개인들이 ‘한국의 유가증권?코스닥시장 말고도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투자처가 있구나’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점에서 금융투자 문화가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자본시장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진 점은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 주식도 아닌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투자실패에 따른 책임을 누구도 대신 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욱 깊이 명심해야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워렌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항상 강조했던 “주식투자는 해당 기업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겠지요. 비록 버핏 회장이 지금까지는 글로벌 개미 투자자들과의 승부에서 완패를 하고 있는 것은 ‘함정’이지만 말입니다.

□ 미국 투자 초보자들을 위한 공모펀드 3選

미국 주식 직구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투자해야할지 감을 못 잡는 초보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투자자들이라면 최근 수년간 꾸준히 10%이상의 수익을 올려 성과가 검증된 공모펀드에 돈을 태우는 게 현명한 투자일 수 있을 것입니다.

ETF 활성화 등으로 공모펀드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미국 증시가 질주하면서 매년 수십% 수익을 꾸준히 올려온 펀드가 많습니다. 이런 펀드들을 잘 선택하면 익숙하지 않은 미국 종목을 발굴하는 데 드는 수고는 줄이면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①AB미국그로스(10일 기준 최근 5년 수익률 94.7%)

미국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이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미국 주요 성장주로 구성된 ‘AB 아메리칸 그로스 포트폴리오’에 담긴 종목들에 투자합니다. 주요 편입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7.98%) 알파벳(7.72%) 아마존(5.73%) 페이스북(5.65%) 유나이티드헬스케어그룹(5.11%) 등입니다.

② 애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78.7%)

1세대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애셋플러스자산운용의 토종 펀드입니다. 주로 미국 주식을 담고 있지만, LVMH와 같이 미국 이외 주식도 담고 있어 정확히는 ‘글로벌’ 펀드로 분류됩니다.

주요 편입 종목은 알파벳(3.38%) 페이스북(3.13%) 텐센트(3.09%) 케링(2.88%) LVMH(2.87%) 등입니다. 미국 테트주와 글로벌 럭셔리주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게 특징입니다.

③ 삼성미국코어주식자(74.32%)

미국 캐피탈그룹이 위탁운용 펀드로, 시가총액 50억 달러 이상 글로벌 리더 기업에 주로 투자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2.62%) 차터커뮤니케이션(2.59%) 브로드컴(2.50%) 페이스북(2.50%) 비자(2.21%) 등을 담고 있습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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