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이탈자 절반, 네이버로 갔다

입력 2020-06-14 17:29   수정 2020-06-15 01:10


대형마트는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 대형마트 경영진은 궁금했다. 대형마트 손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온라인으로 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로 갔는지 답이 없었다.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카드사에 조사를 의뢰했다. 자사 고객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대형마트를 떠나 어디서 카드를 썼는지 알아봤다. 쿠팡, 옥션, 마켓컬리 등을 예상했다. 놀랍게도 답은 네이버였다. 대형마트를 떠나 온라인으로 간 이용자의 50% 이상이 네이버를 찾았다. 쿠팡과 마켓컬리로 간 이용자를 다 합쳐도 25% 수준에 그쳤다.

네이버가 ‘거칠 것 없는’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검색 시장의 압도적 1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어느덧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섰다. 14일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발생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네이버였다. 20조924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미 쿠팡(17조771억원)과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 등을 제쳤다. 국내 유통 1위인 롯데쇼핑의 총매출(23조6840억원)에 육박한다. 2014년 네이버가 쇼핑사업을 본격화한 지 6년 만이다.

네이버 쇼핑의 성장 속도는 위협적이다. 지난 1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5조8000억원이었다. 2018년 1분기 3조2000억원이던 결제액이 2년 만에 배 가까이로 늘었다. KTB투자증권은 2025년엔 결제 규모가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5년간 네 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은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쇼핑 사업부문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롯데쇼핑과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통틀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업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산 등으로 네이버 쇼핑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유통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상품수 8억개, 수수료는 4분의 1…네이버, 온라인 쇼핑도 평정


네이버가 검색, 금융에 이어 유통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엔 유통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을 본격화한 지 6년 만에 온·오프라인을 통들어 가장 위협적인 선두권 업체로 부상했다. 검색시장에서의 우위, 네이버페이 등 편리한 결제수단 등이 요인으로 꼽히지만 정작 내부 분석은 다르다.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이윤숙 대표는 “기존 유통업체들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쓴 게 성공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숙 “100원 떼기 경쟁은 안 한다”

지난 5월 말 현재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등록 상품 수는 8억여 개. 백화점은 물론 아울렛, 해외직구 상품, 산지직송 농산물, 축산물, 공예품 등을 망라한다. 등록 상품 수가 쿠팡(3억 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매일 700만 개의 새로운 상품이 올라온다.

네이버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개인 포함)는 32만 개에 달한다.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인터넷 쇼핑몰도 약 4300개다. 네이버에선 이들 쇼핑몰 제품의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선 “국내 어떤 판매자도 네이버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팔 수 없다”란 말이 나온다. 어떻게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이 뽑은 가장 큰 강점은 검색 플랫폼이다. 네이버의 국내 검색 서비스 시장점유율은 54%에 이른다. 과거 유통 강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찾아 백화점과 마트를 세웠다. 네이버도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는 상권(검색 플랫폼)을 확보했다.

하지만 검색 플랫폼이 성공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 네이버 쇼핑에도 암흑기가 있었다. 6년 전인 2014년 한성숙 현 네이버 대표(사진)가 네이버 쇼핑 부문의 본부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네이버 쇼핑은 모든 임원이 꺼리는 무덤이었다. 잇따른 실패로 불명예 퇴진이 이어졌다.

한 대표는 기존 e커머스, 유통업체들과는 다른 전략을 짰다. “다른 e커머스의 전략을 베껴 몸집 키우기에 올인하지 말자”고 했다. 거래액 규모를 키우기 위해 경쟁사가 1000원에 제품을 올리면 100원짜리 쿠폰을 붙여 900원에 판매하는 소위 ‘100원 떼기’를 하지 말란 주문이었다.

낮은 수수료로 판매자 유치

한 대표는 두 가지 방침을 세웠다. 첫 번째는 ‘어떤 제품을 검색해도 살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네이버가 검색 플랫폼 1위에 오른 전략과 같다. “티라노사우루스 발톱 개수가 몇 개인지 찾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그런 정보까지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게 네이버 지식백과의 성공 요인”이라며 “네이버 쇼핑을 세상 모든 제품을 살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요인은 편이성. 한 대표는 “불편하면 고치고, 없으면 담자”란 원칙으로 6년간 서비스를 개선했다. 네이버 쇼핑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는 네이버페이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모든 가맹점에서 별도의 회원 가입 및 로그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열심히 검색해 원하는 상품을 찾아냈는데 회원 가입부터 다시 해야 하거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야 하는 불편을 덜어줬다. 또 구매할 때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포인트로 입점 상점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소상공인 등 판매자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했다. 우선 수수료를 낮게 책정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등록한 판매자가 내는 수수료는 결제액의 1~4%. 다른 e커머스업체(10~2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배달 속도 등은 약점

국내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즈 어드바이저’란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결제 데이터 등을 토대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현 마케팅 방법과 비용이 적절한지, 이용자가 물건을 사거나 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전국 주요 지역에 판매자 교육 센터를 세우고 제품 사진을 찍는 방법, 마케팅 전략 등도 교육한다.

네이버 쇼핑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쇼핑의 주요 사업모델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것이다. 자체 물류·배송망이 없다.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상품을 빨리 배송해주지 못한다. 네이버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최근 두 가지 해법을 내놨다. 지난 2월 CJ대한통운과 업무 제휴를 했다. CJ대한통운을 통해 LG생활건강 등 대규모 판매자 상품을 24시간 이내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하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사업이다. 판매자가 네이버 안에서 물류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재고관리, 판매, 출고 등을 원스톱으로 해주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위킵 두손컴퍼니 등에 투자했다.

전설리/안재광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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