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 양도차익 과세, 세수 증대 목적으로 설계해선 안 된다

입력 2020-06-15 18:09   수정 2020-06-16 00:11

정부가 내년부터 양도차익 과세 대상 금융상품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2023년부터는 상장 주식을 포함한 모든 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 과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매매차익 비과세 대상인 상장 주식(대주주는 제외)과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물리겠다는 것으로, 주식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의 손익을 연간 단위로 통산해 순이익에만 과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증권거래세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최종 폐지 여부까지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간 조정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해묵은 과제다. 과거 수차례 논의됐지만 증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번번이 시행이 미뤄져왔다. 하지만 미국 일본을 비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회원국이 이를 시행 중이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비춰봐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그런 점에서 상장 주식 등 모든 금융상품에 양도세를 물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과세방안 설계에서는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세수 확보나 증대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식 양도세 과세는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와 동전의 앞뒤와도 같다. 정부는 연간 5조원 안팎의 증권거래세 세수를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줄어드는 증권거래세를 벌충하기 위한 무리한 양도세 과세는 곤란하다. 주식 양도세가 증세 수단이 돼서도 안 됨은 물론이다.

이른바 ‘부자 벌주기’ 형태를 띠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 지분율이 1%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액이 10억원 이상(내년에는 3억원 이상)인 대주주는 상장 주식에도 양도소득세를 물고 있다. 2023년 모든 상장 주식 거래에 양도세가 과세되면 대주주 과세 문제는 여기에 자연스럽게 흡수시키면 된다. 금액이나 지분율에 따른 징벌적 누진세율 부과 등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동시에 증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1988년 대만이 주식 양도차익과세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주가지수가 한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이를 취소했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조세정의와 조세원칙에 입각해 신중히 추진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조세저항도 줄어든다. 그렇게 해야 증시에 미칠 충격이 줄어들고, 제도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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