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필, 베토벤 '에그몬트' 전곡 연주로 호국 영령 기린다

입력 2020-06-17 17:14   수정 2020-06-18 03:17


“나는 자유를 위해 살았고, 투쟁했다. 이제 자유를 지키려 내 목을 제물로 바치노라!”

1568년 스페인의 압제에 시달리는 네덜란드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갇힌 에그몬트 백작은 이렇게 절규한다. 에그몬트의 생애에 감동한 독일 문호 괴테가 1787년 완성한 5막짜리 희곡 ‘에그몬트’에 나오는 대사다. 에그몬트는 평생 독립 투쟁을 해오다 새로 부임한 폭군 알바 공작의 계략에 빠져 체포된다. 며칠 지나지 않아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는다. 에그몬트의 연인 클레르헨은 그를 구하려다 실패하자 음독자살한다. 죽은 뒤에도 자유의 여신으로 나타나 에그몬트를 위로한다. 사랑도 잃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사형장으로 가면서도 결연했다. 자신의 죽음이 독립 정신을 퍼뜨리는 불길이 되리라고 믿었다. 10년 뒤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다.

괴테의 희곡을 읽고 감동한 베토벤은 이 작품의 연극 상연을 위한 극음악을 작곡했다. 서곡과 클레르헨의 노래, 부수음악 등 모두 10곡을 써냈다. 사형을 앞두고 공포를 이겨내는 에그몬트의 기백을 웅장하고 장대한 선율로 표현했다. 애국적인 서사와 비장한 선율을 담은 이 곡은 격동의 시대를 이끌 영웅을 희구했던 베토벤의 영웅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의 서곡은 세계 각국에서 국민을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된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극음악 ‘에그몬트’ 전곡 연주로 호국 영령을 기린다. 국방부와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오는 23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6·25전쟁 70주년 호국보훈음악회’에서다. 한경필은 이날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에그몬트’ 전곡을 연주한다. 홍석원 한경필 음악감독의 지휘로 총 44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오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를 위해 일반 음악회에 비해 편성을 줄였다. 이날 음악회도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으로 열린다. 클래식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인 아르떼TV와 한경필 유튜브 계정으로 생중계한다.

‘에그몬트’ 서곡은 베토벤이 남긴 열한 곡의 서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지만 전곡이 무대에서 상연되는 것은 흔치 않다. 연기자의 독백과 소프라노의 독창에 맞춰 반주해야 해 지휘자로서는 까다로운 작품이다.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에그몬트’ 전곡이 연주된 것은 단 3회에 불과하다. 2000년 부천필하모닉이 배우 유인촌, 2005년 서울클래지컬플레이어즈가 배우 정진영과 함께 공연했고, 2016년에는 KBS교향악단이 성우 설영범의 내레이션에 맞춰 연주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서곡을 포함한 ‘에그몬트’를 깊이 있게 감상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베테랑 연기자 이정길이 에그몬트 백작 역을 맡아 모노드라마를 펼친다. 한경필의 연주에 맞춰 이정길이 독백 연기를 하고 내레이션도 한다. 1967년 데뷔해 53년째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TV 탤런트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 연극 무대에서 1인극을 90회 이상 공연한 배우다. 이번 음악회에서 강인하고 불굴의 의지를 지닌 에그몬트를 어떻게 소화할지 관심을 모은다. 소프라노 박하나가 에그몬트의 연인 클레르헨의 노래를 부른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 중 마지막 작품인 41번 ‘주피터’를 연주한다. 그리스 신화 최고의 신인 ‘주피터’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화려하고 웅장한 화성과 정교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모차르트 교향곡의 정점으로 곡 전체가 치밀하게 짜여졌다”며 “4악장에 등장하는 푸가는 당시로선 아주 진보적인 방식으로 작곡된 것으로 주의 깊게 들어보면 좋다”고 말했다.

한경필은 에그몬트의 마지막을 알리는 ‘승리의 교향곡’ 연주를 마친 뒤 장일남의 가곡 ‘비목’과 ‘애국가’ 연주로 음악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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