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낳은 '마스크 소비문화'...마스크 쇼핑 중독에 '마계부'까지

입력 2020-06-26 10:41   수정 2020-06-27 12:08

[06월 26일(10:41)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최진순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요즘 마스크 구입과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마쇼'(마스크+쇼핑)' 문화다.

지난 2월 마스크 대란이 있은 뒤 마스크 구입 행렬에 나섰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마스크 마니아 즉, '덕후' 세력이 형성됐다. '마스크 덕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마스크 쇼핑을 취미처럼 다루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3월 9일 공적마스크 판매가 시작된 뒤에도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마스크 구입처를 찾아 동분서주해왔다. 특히 자신의 블로그는 물론 유튜브, 커뮤니티, 메신저 등에 마스크 구입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온라인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 온라인은 여전히 '마스크 구입' 경쟁 치열

마스크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과 기호를 맞출 수 있어서다. 현재 시중 약국에서 판매하는 공적마스크보다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최근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KF군 마스크는 1000원대 안팎까지 떨어졌다. 공적마스크 대비 50% 정도 저렴하다. 또 조금만 노력하면 소비자 평판이 좋고 선호하는 마스크 브랜드를 골라서 구입이 가능한 것도 이점이다.

올해 초 마스크 브랜드를 불문하고 KF94를 찾았지만 무더위가 찾아온 5월부터는 KF80 마스크에 이어 비말차단 마스크로 선호 제품군은 이동한 상태다. 또 블랙, 와인, 그린 등 화려하고 개성있는 유색 마스크와 등교에 따른 수요 증가로 어린이용 소형 마스크에 쏠림이 있는 편이다.

그런 만큼 구입 경쟁은 뜨겁다. 온라인 쇼핑몰을 전전하며 천신만고 끝에 마스크를 구입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적마스크 판매 이전 약국을 찾아다니며 대기줄을 섰던 것과 비슷하다. 수만 명이 한꺼번에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결제 완료'까지 이르는 과정은 '드라마'에 가깝다.

마스크 브랜드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정해진 시각에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인기 마스크 브랜드 채널은 판매 개시 1분 안팎에서 '품절'이 뜬다. 전광석화처럼 제품이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소비자 편의를 감안해 예고없이 불규칙하게 파는 '게릴라 판매'와 응모 형식으로 구매자를 정하는 '래플' 등 다양한 판매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10만명 가량이 동시 접속할 정도로 폭주 현상이 계속돼 '역부족'이다. 기자가 오늘(26일) 오전 9시 마스크 브랜드 '웰킵스'와 9시45분 '아에르'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접속해 상품 결제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용자가 몰리면서 불과 1분 만에 '품절' 안내 공지가 떴다.



◆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한 '마스크 구입'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 구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커뮤니티에는 "4개월 만에 구입해서 감격스럽다" "초록색 결제버튼(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기준)을 보니 마우스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등 마스크 구입 성공담이 실시간 이슈가 된다. 하루에 2~3개의 마스크 브랜드를 대량으로 구입했다는 믿기 어려운 자랑거리는 '전설'이 된다.

'광클릭'의 신공이나 '천운'이 아니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 마스크 구입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마스크 구입에 실패한 사람들은 부러움과 존경심을 보낸다. 자유롭게 외부 모임을 가질 수 없는 갑갑한 일상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스크를 샀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 된 것이다.

마스크 '언박싱'(unboxing)은 이미 낡은 콘텐츠 소재가 됐지만 꾸준히 게시된다. 온라인에서 어렵게 구입한 마스크 택배상자를 개봉하고 수십장을 펼쳐보이는 것은 물론 실제 착용하는 것까지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는다. 사이즈 적정성, 마스크 안쪽 부분의 냄새 여부, 마스크 끈이 귀를 자극하는지 등을 꼼꼼히 비교하는 글이 주목받는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의 '리뷰'를 챙겨보는 이들도 많다. 초반에는 구매 성공 팁이 많았지만 지금은 실제 사용 후기가 많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 구입이 다소 원활해지면서 마스크 제품 평가가 두드러지다. "얼굴이 조금 큰 편인데 숨을 쉴 때 편하다" "화장도 묻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다" 등이다.

아에르 마스크 제조업체인 (주)씨앤투스성진(대표 하춘옥) 마스크 영업팀의 한 담당자는 "맘카페나 마스크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난 뒤 매진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담당 부서에서 고객 의견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고객 의견을 수렴해 필터 교체가 가능한 여름용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마계부' '마르가즘' 등 신조어 등장

마스크 커뮤니티에는 마스크 덕후들만 아는 축약어나 신조어도 난무한다. '닥퓨'(마스크 브랜드 닥터퓨리), '쿠에르' '쿠티카'(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브랜드 아에르, 에티카) 등 마스크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을 가리키는 용어다. 또 '장바'(장바구니), 무배(무료배송) 등 온라인 쇼핑의 과정에서 나오는 용어도 자주 쓴다.

마스크 구입비 지출이 늘면서 신조어도 나온다. 마스크 지출목록만 따로 관리하는 '마계부'(마스크 가계부)가 대표적이다. 한 마스크 커뮤니티에는 2월부터 마스크 구입비로 200만원을 썼다는 글이 올라오자 잦은 마스크 구입으로 부부 사이가 나빠졌다는 댓글도 달렸다. "괜한 갈등을 피하려 집 근처 편의점으로 택배를 받는다" "공적마스크 구입비용 만이라도 연말정산이 되면 좋겠다" 등 의견도 나온다

마스크 구입에 성공할 때 느끼는 쾌감은 '마르가즘', 결제버튼을 누르는 '손맛'을 보고 싶다는 말도 오간다. 마스크 커뮤니티 '마스크 쇼핑'에는 "마스크 구입 중독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마쇼에서 졸업하고 싶다" 등의 하소연까지 올라온다.

박현영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장은 "기업은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제품의 가치를 형성하고 소비자는 이에 반응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면서 "예측이 어려운 재난상황으로 마스크는 구하기 어려운 제품으로 자리잡았고, 그만큼 애착이 생겼다. 이것이 소비자에게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차츰 진정되고 국내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하면 마스크 쇼핑은 한결 편리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과 구입 과정을 통해 즐거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경험한 소비자의 '추억'은 코로나 시대가 낳은 콘텐츠가 됐다. 박현영 소장은 "'득템하다' '겟(get) 하다'처럼 애정어린 상품으로 등극한 마스크를 둘러싼 관심은 놀이문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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