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지은 "서른 넘어 첫 주연, '꼰대인턴'이 희망 되길"

입력 2020-06-26 09:14   수정 2020-06-26 09:16



토끼같은 얼굴이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을 보면 거북이임이 틀림없다. 이솝우화에서 꾸준함으로 토끼를 이긴 거북이처럼 배우 한지은은 성실함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무기로 지상파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오는 7월 1일 종영을 앞둔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이태리 역으로 활약한 한지은을 만나 봤다.

한지은은 2010년 영화 '귀'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리얼'에서 4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김수현의 그녀'로 낙점돼 화제가 됐다. 이후 tvN '백일의 낭군님'과 JTBC '멜로가 체질'을 거치면서 주연급 배우로 발돋음했다.

'꼰대인턴'은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를 이직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지질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한 일터 사수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첫 방송부터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사로잡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지은은 준수식품의 라면사업부 마케팅영업팀 인턴사원인 이태리로 등장했다. 이태리는 준수식품에 채용 전환영 인턴으로 합격한 인물. 한 템포씩 살짝 늦는 감이 있지만 남다른 센스와 배려심으로 팀원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다.

뿐만 아니라 가열찬(박해진), 남궁준수(박기웅)의 사랑을 동시에 받을 뿐 아니라 시니어 인턴 이만식(김응수)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꼰대인턴'에 대해 "포장되지 않은 선물처럼 그 자체로 저에게 귀하고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던 한지은은 극중 이태리 못지 않은 넘치는 끼를 인터뷰 내내 발산했다. 작품에 대해 말할 땐 눈빛을 반짝였고, 박해진과 김응수 등 함께 호흡을 맞춘 준수식품 마케팅영업팀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 '꼰대인턴' 마지막 촬영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아직 방송이 남아서 실감이 아직 안나는데, 촬영이 끝난 것 자체는 아쉽다. 정이 많이 들었다. 너무나 좋은 분들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런 분들과 헤어진다는게 아쉽더라. 그래도 방송을 애청해 주신 분들이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촬영 기간도 길었고, 쉽지 않은 설정도 많았다.

투톤 헤어로 시작해 펌도 하고, 머리도 잘리고, 거기에 부녀 설정도 밝혀지고, 취업비리까지 연루됐다. 여러 에피소드가 많았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럼에도 너무 재밌었다. 한 드라마 안에서 이렇게 많은 변화를 겪을 수 있구나 싶기도 했고, 이런 부분에서 작가님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써주셨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감독님도 많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애정을 많이 가져 주셨다. 마지막까지도 감독님이 '더 신경써줬어야 하는데'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하더라. 저는 너무 감사하고 충분했는데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우리 현장이 얼마나 배려가 깊고 훈훈한 현장이었나 싶다.

▲ 현장에서 많이 예쁨을 받은 거 같다.

맞다. 김응수 선배는 저랑 라디오에 같이 출연했는데 '시한폭탄'이라고 별명을 지어줬다.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고 하시는데, 그게 큰 칭찬이라고 하더라. 뭔가 스스럼없이, 허물없이 대하면서 '이런애 처음 봤다'고 해주셨다. 박해진 오빠는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인데 현장에서 묵묵하게 저를 알게 모르게 서포트를 해줬다. 눈치도 빠르고 전체를 보는 스타일이다. 안 보는 듯 하면서 다 보고 있더라.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어 보이면 먼저 다가와서 그런 것들을 잘 넘길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조언도 해줬다. 그게 힘이 됐다. 또 태리가 자유로워야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힘이 됐다.

▲ 태리라는 캐릭터 자체가 톡톡 튀는 인물이면서, 후반부에 서사가 등장한다. 초반엔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을까 걱정도 됐을 텐데.

초반에 어딜까지 보여드려야 할지 걱정했다. 너무 갑자기 나와서 지르고, 그런 부분이 많아서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귀엽다'는 반응을 보여주시더라. 거기에 서사가 풀리면서 이해도가 높아지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 코믹적인 부분이 많았다. 여배우로서 망가지는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먹는 것도 그냥 안먹으니까.(웃음) 저도 여자라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사실인데, 제 성격 자체가 털털한 게 있었다. 부담보다는 '어딜까지 내려놓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컸다. 촬영할 땐 불안해서 '괜찮은거냐' 묻고 그랬다. 하하하. 결과물이 잘 나온거 같아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이미 '멜로가 체질' 때도 큰 고난을 겪어서, 이번엔 즐길 수 있었다.

▲ 그 중에서 어떤게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

'이.라.꽁(이번엔 라면에 꽁치를 넣어봤어)' 기획안을 소개하며 속사포 같은 랩으로 가열찬(박해진 분)을 당황시키는 장면은, 원래 랩을 하는 게 아니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리듬을 타보라고 하셨는데, 해보니 재밌더라. 그리고 태리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았다. 이렇게 하면 돋보이는 PPT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즉흥적으로 열심히 했다. 다행히 귀엽게 봐주신 거 같다.

"태리태리 이태리"라는 자기 소개는 원래 대본에 없었다. 면접 장면을 찍는데, 다 하고 나서도 뭔가 아쉽더라. 태리라면 임팩트를 더 살릴 수 있을거 같았다. 그래서 애드리브로 "태리태리 이태리"를 했다. 처음엔 걱정돼 됐는데, 감독님이 호응해주시고, 그 후엔 다들 "태리태리 이태리"라고 불러 주시더라. 포즈도 따라해 주시고. 너무 감사했다.

▲ 실제로도 이태리와 비슷한 성격인가.

밝고 장난기가 많은 편이다. 원래 기분이 좀 '업'된 스타일이다. 촬영장에서도 뛰어다니고. 그런 부분들은 닮은 거 같다. 그리고 먹는 걸 좋아한다. 따로 간식가방도 갖고 다닌다. 저희 스태프 친구들이 아주 예쁘게 만들어줬다. '외강내유' 스타일도 닮은 거 같다. 약해 보이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잘 못보인다. 다른 사람에겐 씩씩하게 보이고 싶고. 혼자있을 땐 고민을 많이 한다. 태리도 겉으론 씩씩하고, 정의감도 불타지만 혼자 있을 땐 걱정도 많은 하지 않나. 그런데 전 태리만큼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진 못한다.(웃음)

▲ 러브라인이 형성되다가 말았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로맨스에 관심이 많아서 멜로가 더 있었다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기는 했다. 열찬과 태리가 '꽁냥꽁냥'하다가 (김응수와) 부녀라는 사실이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지는 순간, 러브라인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몰래하는 연애가 더이상 안될 거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엇보다 작품 자체를 봤을 때 오피스물이기 때문에 로맨스가 깊게 가면 중심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 김응수와 '부녀' 관계라는 게 뒤늦게 등장하는데.

작가님이 '부녀' 케미를 보고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후반부에 등장했는데, '좀 더 일찍 나왔다면 더 재밌는게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셨다고 하더라. 초반에 태리가 만식을 유달리 구박하는 모습을 일부러 표현하려 했다. 단둘이 있는 장면은 별로 없지만, 나중에 부녀라는게 밝혀졌을 때 '그래서 쟤가 그랬구나' 하는 걸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 작가님과도 의견을 많이 나누고. 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이다보니 '우리의 사건들을 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은 다 기억해주시더라. 감사하고 뿌듯했다.

▲ 태리가 가열찬에게 뽀뽀까지 해놓고 고백을 거절하지 않나. 그것도 아빠를 구박한 남자라는 복선이었을까.

그 장면은 정말 재밌고 귀엽지 않나. 술 김에 뽀뽀를 하고, 정신을 차리고 '꼰대라서 싫다'고 하고. 어쨋든 태리가 하는 얘길 보면 혼란스러워 하는 게 느껴진다. '그때 왜 그런거냐'고 계속 확인하려 하고. 이게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 아니냐. 가열찬의 마음을 거절한 건, 만식 때문이라기 보단 '이.라.꽁' 자료에 욕을 써놓은 제 크지 않을까 싶다. 로망과 환상이 다 깨진거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어쩔 수 없다는 게, 그 신에서 보여줬다는게 생각이 든다. 태리의 혼란을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싶다.

▲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지. 태리처럼 솔직하게 돌진하는 편인가.

고민을 많이 하지만 굳이 숨기진 않는거 같다. (상대가) 먼저 다가와 주면 고맙지만, 먼저 다가와 주지 않는다면 제가 다가갈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표현에 인색하지 않다.

▲ 공개 열애 중인데, 그분(한해)과는 잘 만나고 있나?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은 얘길 못했다. 그리고 배우대 배우면 오히려 많은 얘길 할텐데 랩 장면도 하기도 민망하고, 할 수도 없고 안하게 되더라. 현장에서 감독님이 갑자기 요청한 거라.

▲ 배우 생활은 오래했는데 지상파 주인공은 처음이다. 현장에서 '갑질', '꼰대' 경험도 여럿 경험했을 거 같은데.

예전엔 많았다. 지금은 뒤에서 어떤 말할지 모르겠지만 제 앞에서 이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현장에서 우리끼리 얘기하는게, 꼰대가 안될 순 없는데 '좋은 꼰대'가 되자고 한다. 제 스스로 연기 생활을 오래하면서 하나하나 밟아오면서 인생 경험을 힘들게 해왔고, 잘 버티고, 잘 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걸어오고 있고 잘 열심히 하지 않겠나. 그런 부분들에 대해 서로가 서로간에 이해하고 배려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더 느꼈다.

▲ 배우로서 적은 나이는 아닌데, 꾸준히 이 일을 하면서 뭔가 이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이가 전부는 아니지만 저도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 배우는 많고, 저보다 가능성 있는 어린, 신인들도 많으니까. 제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없을까봐 그런 걱정을 했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신기하고 '세상에 달라졌구나' 싶기도 하다. 저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던 건, 제작하는 분들, 감독님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배우를 바라봐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멜로가 체질'로 첫 주연이 됐는데, 그래서 이병헌 감독님께 참 감사하다. 선입견과 선을 허물고 저 한지은이라는 배우를 순수하게 바라봐주셨다. 그걸 보고 '꼰대인턴' 남성우 감독님도 선입견을 깨고 '넌 그냥 태리'라고 해주셨다. 저를 순수하게 바라봐주시는 자체가 감사하고 뿌듯했다. 더 관리도 열심히 하고(웃음) 발굴해 주신 것에 보답하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하고 싶다.

▲ 러브콜이 왔을 거 같다.

몇 개 얘기 중인 작품은 있는데, 하나로 좁혀지진 않았다. '꼰대인턴' 보고 재밌다고 연락주신 분들도 많고, 태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잘하더라' 이런 칭찬도 해주시고. 개인적으로 이번에 참 많은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너무 행복했다.

▲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이번에 배우로 목표는 '궁금한 배우'였다. 매번 캐릭터로서 존재하고, 그 역할로 기억되고 싶었다. 아직 해내가야 할 작품이 많고, 더 많이 연기를 하겠지만 저를 지켜봐주신 분들 중에 제가 '멜로가 체질'에 나왔던 것도 몰라 보시더라. '완벽하게 속였구나' 싶어서 정말 뿌듯하고 만족감을 얻어서 좋았다.

▲ 한지은에게 '꼰대인턴'이란?

포장되지 않는 선물이다. 매 작품이 저에게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포장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그 자체로 너무 행복하고 사랑이 됐다는 의미다. 태리로 보여드리고 싶은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 부분에 가장 집중했고, 현장에서 대본도 많이 보고 연구도 많이 했지만, 현장의 것을 보고 느끼려 했다. 저에겐 새롭게 시도하는 연기였다. 그것들을 다행히 많이 좋아해 주셨고, 그걸 표현할 수 있게끔 다들 도와주셔서 '포장하지 않은 선물'이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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