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수수료 인하 경쟁'…블랙록도 자존심 꺾었다

입력 2020-06-26 17:22   수정 2020-06-27 01:33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력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인하했다. 그동안 블랙록이 장악해온 ETF 시장에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면서 ETF 시장이 커지자 자산운용사들의 고객 유치를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랙록이 대표 ETF인 ‘아이셰어즈 코어(iShares Core) S&P 500’의 수수료율을 최근 0.04%에서 0.03%로 0.01%포인트 낮췄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뱅가드의 S&P 500 ETF 수수료 수준으로 내린 것이다. 경쟁사보다 소폭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해온 블랙록이 ‘자존심’을 꺾었다는 평가다.

ETF는 지수의 상승·하락이나 원자재, 채권 등의 가격 변화에 연동해 수익률을 내는 금융상품으로 증시에 상장해 있어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수수료가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급락했다가 급반등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부담 없이 S&P 500 등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ETF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전 세계 ETF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조3000억달러(약 7550조원)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미국 증시의 상장 ETF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1221억달러)보다 62.5% 늘어난 1984억달러(약 238조원)가 유입됐다.

블랙록은 이 시장에서 3분의 1을 점유하는 선두주자였다. 시장 점유율 20%가량인 뱅가드가 최근 급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올 들어 뱅가드의 S&P 500 ETF에 순유입된 자금은 블랙록의 두 배였다. 전체 운용자산의 30%, 수익의 40%를 ETF에 의존하고 있는 블랙록에는 큰 위협이 됐다.

경제 회복에 ‘베팅’하는 유동성이 전 세계 증시로 몰려들면서 자산운용업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투자자들은 수수료가 비싼 펀드를 버리고 ETF 등 저렴하면서도 충분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택해 왔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끼리의 수익률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수수료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이미 ‘수수료 0원’ 전략은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동학개미’와 비교되는 미국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즐겨 쓰는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 0원 전략으로 투자자를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수수료가 없는 인덱스펀드를 출시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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