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천·대전 아파트 당첨자들이 분노하는 이유

입력 2020-06-29 17:47   수정 2020-06-30 00:29

2년 전 인천 서구에서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씨(38). 그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아파트 시세의 40%밖에 대출받지 못한다는 답변을 듣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대출 이자를 줄이기 위해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의 60%가 아닌 30%만 받은 게 문제가 됐다.

정부는 지난 17일 인천 연수·남동·서구와 대전 동·중·서·유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40%로 크게 줄였다. 문제는 이미 계약을 마친 아파트 당첨자까지 정책을 소급 적용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중도금 대출을 받은 범위 내에서 잔금대출이 가능하다”고 일부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애초에 중도금 대출을 적게 받은 분양자는 여전히 구제받지 못한다. 김씨는 “중도금 이자라도 아껴보려 대출을 되도록 적게 받았는데 규제가 소급 적용될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5월 초 연수구 송도신도시 ‘더샵송도마리나베이’ 분양권을 구매한 박모씨(42)는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분양권 매수자는 대출이 시세의 40%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당장 2주 안에 분양가의 30%에 해당하는 2억원을 구해야 한다. 그는 “계약을 취소하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 2억원을 잃게 될 형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확산한 집값 상승을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절실함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거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 한 채를 당첨받은 사람까지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6·17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호소문이 100개 이상 올라온 이유다. 대출 정책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 내선번호는 요즘 계속 불통이다. 정부 정책에 따른 피해자들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쏟아져서다. 부동산 정책을 ‘선전포고’처럼 전격 발표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땜질식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정부가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한다. 17일 이전 계약자에 한해 잔금대출 기준을 종전대로 적용하겠다고 하면 된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세종, 경기 과천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뒤 분양권 매수자에 대한 잔금대출 문제가 발생하자 LTV를 기존과 같은 60%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때는 이번처럼 ‘중도금 대출 범위 내’라는 단서가 없었다.

지금도 8·2 대책 때처럼 하면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이다. 정부는 인천과 대전 시민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분노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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