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이준호 EMP벨스타 한국 대표 “10년간 몰라보게 성장한 K머니‥美 긴급 유동성 지원책 1호로 참여”

입력 2020-06-30 17:54  

[마켓인사이트]이준호 EMP벨스타 한국 대표 “10년간 몰라보게 성장한 K머니‥美 긴급 유동성 지원책 1호로 참여”

≪이 기사는 06월26일(07:4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탈프(TALF·기간자산담보대출) 프로그램을 10년만에 다시 시행한다고 발표한 건 지난 3월23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을 선언한 3월11일로부터 12일 후였다. 그로부터 두 달 후. 보험사·공제회 등으로 구성된 K머니(한국 금융 자본)가 5억8000만달러(약 7000억원)의 TALF 펀드를 만들어 지난달말 미국 중앙은행(Fed)에 등록을 마쳤다. 그야말로 일사천리. 핌코 블랙록 등 미국의 내노라 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아직 펀드조성을 완료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밀면서, K머니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년만에 달라진 K머니 위상

TALF프로그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처음 만들어졌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얼어붙은 미국 소비자 대출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은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돌아가는 경제다.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이 ABS를 통해 이뤄진다. ABS 시장이 얼어붙으면 경제 활동이 마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ALF는 일시적으로 금리가 치솟은 AAA 등급의 ABS 채권을 투자자들이 유리한 조건에 사들이도록 유도해 대출 시장이 다시 굴러갈 수 있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한국 기관들은 금융위기 당시에도 TALF에 참여했다. 두 번 모두 뉴욕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EMP벨스타가 펀드 조성과 운용을 맡았다. 이준호 EMP벨스타 한국 대표(사진)는 “이번에 펀드를 모집하면서 10여년만에 한국 금융 자본의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진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10년 전엔 3억달러 규모로 펀드를 모으는데 꼬박 6개월이 걸렸는데 이번엔 5억8000만 달러를 2개월만에 모았다”는 것. 그는 “당시 조성한 펀드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역외펀드 1호였을 정도로 해외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였다”며 “금융위기 직후여서 ABS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고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 설득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이 굉장히 짧은 검토 기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투자팀과 리스크팀이 협력해 신속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TALF는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돼 ABS 채권 금리가 평소 수준으로 내려가면 프로그램이 종료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늦으면 투자 기회를 잃게 된다"며 "K머니가 속도전에서 승리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낮은 위험, 높은 기대수익률

국내 기관들이 TALF 프로그램 참여를 빠르게 결정한 건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TALF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ABS 중 AAA등급에만 투자한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AA+)보다 높다. 금융위기 때도 이 등급의 ABS는 단 한 건의 부도도 발생하지 않았다. 손실 리스크가 사실상 제로(0)인만큼 기대수익률도 낮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Fed가 투자액의 5~20배(평균 10배)에 달하는 대출을 초저금리(연 1% 안팎)로 제공한다. 민간 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제공하는 혜택이다.

이 대표는 “AAA 채권의 현재 금리는 연 2% 정도로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금의 10배 규모의 대출을 1%의 금리로 제공, 투자자가 금리차를 이용해 연 10%의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구조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안정화 돼 채권 가치가 오르면 자본 차익도 별도로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 당시 조성했던 EMP벨스타 TALF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 20% 정도였다.

과도한 대출 규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위험도 제거했다. 예를 들어 대출 채권의 시가평가를 하지 않는다. 채권 가격이 변동하면서 생길 수 있는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 원하는 시점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만기 때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도 이미 받은 이자 수익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번 펀드의 주요 투자자(LP) 중 한 곳인 롯데손해보험의 이장환 금융투자그룹장은 “코로나 이후 투자처를 고심하던 중 TALF프로그램 소식을 들었다”며 “수년간 다양한 대체투자 경험을 통해 이번 기회가 위험대비 수익률이 높은 확실한 투자처라는 확신을 갖고 빠르게 의사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의 미국 시장 진출 도우미

이번 펀드를 조성한 EMP벨스타는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얼 윤 회장과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이 대표가 2008년 함께 설립한 운용사다. 2009년 TALF 펀드 이후에도 한국 기관들이 미국 크레딧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꾸준히 펀드를 설정해왔다. GE(제너럴일레트릭) 매출채권 유동화 펀드, 기업대출담보부채권(CLO)펀드, 미국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SBIC 펀드 등을 운용하면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 SK그룹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물류창고 및 연료전지 발전소 등에 투자를 하며 국내 투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EMP벨스타는 미국 회사이지만 한국계가 운영하고 한국 투자 기관 덕분에 성장한 회사기 때문에 좋은 성과로 보답하고 싶다”며 “한국 투자 기관들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한국 투자기관들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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