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속도로 사용법

입력 2020-07-07 18:09   수정 2020-07-08 00:26

우리는 자동차 2400만 대 등록 시대에 살고 있다. 국민 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1975년 포니 생산 이후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 한때 자동차가 재산목록 1호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통문화 수준은 어떨까? 그리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문화,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운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추월 방식에 대한 생각이다. 오래전 독일에서 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있다. 속도제한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고속도로 2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가다 보니 추월 1차선 차량보다 내 차의 속도가 빨랐다. 2차 주행선이 막히지 않아서 그대로 추월했다. 그랬더니 추월당한 1차선의 그 차는 전조등을 번쩍이며 신호를 줬다. “왜 2차선에서 추월하느냐. 내가 그때 2차선으로 양보하려 했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후로 독일 고속도로를 자세히 관찰했다. 다들 추월은 안쪽 1차선으로만 했다. 추월 뒤에는 바로 2차선으로 나갔다. 1차선으로 달려오는 다음 차량에 대한 배려다. 바깥 차선으로는 절대 추월하지 않았다.

우리의 고속도로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428㎞)가 개통된 이후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주말, 휴일, 명절 등에는 차량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이용 차량이 많다 보니 밀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추월이 필요한 경우에도 좀 복잡하게 추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틈이 있는 쪽으로 추월한다. 밀리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1차선으로 저속 주행하는 경우마저 있어 추월은 좀 더 복잡한 상황이 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운전은 잘하지만, 좌우 상황에 따른 추월은 위험해 보인다. 운전은 ‘다음에’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추월 방식은 도로의 효율적 이용과 직결돼 있다. 어느 새벽에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1, 2차선에 나란히 비슷한 속도로 가는 차량을 1㎞ 정도 따라간 적이 있다. 한적한 그 시간에 차량 3대가 한참을 이어 달렸다. 잠시 ‘주행선으로 양보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최근에는 추월선·주행선 원칙을 지키는 운전자가 많이 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만큼 철저히 지켜지고 있지는 않다.

교통 문화는 나라별로 교통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제1 원칙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합리적 운전 관행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나 한 명 편하자고 내 위주로 운전할 수는 없다. 사소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추월 방식과 후속 차량에 대한 배려가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 주무기관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이라도 펼쳤으면 좋겠다. 아직 우리 교통 관행은 바꿔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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