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년된 차지만 '최신 어라운드뷰'가 갖고 싶었다

입력 2020-07-09 14:31   수정 2020-07-09 14:34


컴퓨터도 부품을 바꿔 업그레이드 하는데 자동차는 기능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할까?

기자는 면허를 따고 10년 넘는 기간 동안 '차가 굴러가기만 하면 됐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생각은 지난해 자동차 산업을 취재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 피로도를 낮춰줬고 어라운드뷰는 좁은 골목길을 넓은 대로로 만들어줬다.

그래서 결심했다. 10년된 내 차에 타지만 어라운드뷰를 갖고 싶다고. 돈을 많이 주고, 업체에 맡길 수도 있겠지만, 유튜브에 온갖 시공기가 넘쳐나는 세상. 내가 직접 부품을 구하고, 직접 설치(DIY)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 땐 몰랐다. 이 여정이 산 넘고, 물 건널만큼 복잡하고, 난해할 것이란 걸.
첫 난관, 순정 부품은 불가능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나 메모리(RAM), 저장장치(HDD·SSD) 등의 부품을 바꾸고 추가하는 식으로 기존 완성품의 성능을 높인다.

자동차 역시 엔진은 아날로그 장비이지만, 센터페시아는 디지털 장비이기에 부품을 바꿔 새 기능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자료조사와 더불어 실행에 나섰다.

기자의 차는 기아차의 1세대 K7으로, 2009년에 출고된 모델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앙 디스플레이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최상위 트림에서 옵션으로 제공하긴 했지만, 화면 크기도 작고 화질도 열악했다.

후방 카메라는 달 수 있지만, 전방 카메라나 어라운드뷰는 아예 제공되지 않았다. 기아차가 K7에 어라운드뷰 기능을 제공한 것은 2세대 모델부터였기에, 순정 부품으로는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없었다.

직구로 부품 구매 성공…시공에 다들 '난색'

어라운드뷰와 이를 볼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려면 애프터마켓에서 제품을 구입해야 했다. 국내 판매하는 디스플레이는 기존 차량의 센터페시아에 추가적인 화면을 부착하는 방식이었고, 어라운드뷰는 화질 등 성능이 다소 부족한 것에 비해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감이 있었다. 기존 센터페시아를 탈거하고 장착해 순정처럼 깔끔한 형태를 갖출 수 있는 제품은 국내에 없었다.

K7이 카덴자라는 이름으로 수출된 덕에 해외 사이트에서 순정 디스플레이와 규격이 동일한 제품을 직구할 수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어라운드뷰의 경우 10만원선이면 유명 업체 센서를 사용해 풀 HD 화질을 지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역시 30만원선에서 1세대 K7에 호환되는 9인치 크기의 안드로이드 올인원 제품이 존재했다. 필요한 부품 모두를 배송비와 세금 등을 감안해도 50만원 이내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

부품 조달은 순조로웠지만 이내 장벽을 만났다. 설치였다. 애시당초 혼자 DIY도 가능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어라운드뷰와 안드로이드 올인원 시스템 2종류 부품을 받아보고 난 뒤 일찌감치 접었다. 차량 상태와 각종 인포테인먼트를 실행하는 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정보제어 프로그램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래서 전문가에 맡기기로 했다. 일단 집 인근에 위치한 시공업체를 수소문했다. 하지만 공임을 지불하더라도, 해외에서 들여온 안드로이드 올인원을 시공해주겠다는 업체는 찾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만 시공해줄 수 있다는 업체가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국내 제품만 설치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디스플레이보다 어라운드뷰 시공이 더 문제였다. 어라운드뷰가 안드로이드 올인원보다 더 설치가 까다롭다는 반응이었다. 업체 찾기는 더 어려웠다.

간혹 안드로이드 올인원 설치가 가능하다는 업체들도 어라운드뷰에는 난색을 표했다. 제품에 따라 장착과 설정 등의 방식이 제각각이고 설명서도 제공되지 않기에 해줄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안드로이드 올인원과 어라운드뷰를 동시 시공할 수 있는 업체를 수소문한 결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섬즈공방과 연락이 닿아 시공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잘못된 설정…'팩토리 코드' 수소문
시공 당일 오전 10시부터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섬즈공방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센터페시아를 탈거하고 통신선을 연결한 뒤 안드로이드 올인원을 탑재하고, 어라운드뷰 카메라를 장착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다만 이 과정도 순조롭진 않았다. 차량 정보가 안드로이드 올인원과 일부분만 호환되는가 하면 '끼긱'하고 우퍼가 터질 듯한 소리가 나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올인원과 차량이 캔 통신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안드로이드 올인원에서 캔 통신이 비활성화 됐던 탓이다.

이 설정을 바꾸려면 기기의 모든 권한을 제공하는 '팩토리 코드'가 필요했는데, 제품 판매자는 이 코드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였다. 코드만 알면 쉽게 해결될 문제였지만, 모르는 탓에 작업은 장시간 지체됐다.

추가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차량의 비상등이나 트립 버튼 등이 안드로이드 올인원에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안드로이드 올인원 자체는 순정 부품처럼 차량에 딱 맞았지만, 비상등 버튼 방식이 달라 호환되지 않았고 트립·리셋 버튼을 옮길 공간도 없었다. 결국 비상등 버튼을 운전석 좌측에 별도로 만들고 안드로이드 올인원의 비상등 버튼 위치에 트립·리셋 버튼을 심는 개조가 이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안드로이드 올인원을 설치한 뒤, 어라운드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팩토리 코드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문제는 코드를 알아낸 후 약 10초 만에 해결됐다. 그러나 코드를 알아내는 과정이 늦어지며 오전 10시에 시작한 작업은 당일 밤 늦게서야 마칠 수 있었다. 시간이 늦은 탓에 어라운드뷰의 세밀한 설정도 하지 못했다.

부품 구매하려면 이것 주의해야

부품을 구매하고 섬즈공방에 공임을 내며 지갑은 얇아졌지만, 그 이상의 만족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낡은 건물의 좁은 지하주차장을 드나들 때 이리저리 살피고 조심하며 운전했지만, 이제는 거침없이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해당 방향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는데, 최근 출시된 차와 다를 것 없는 화질을 보여준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신차의 어라운드뷰 화질이 사제 부품을 단 K7보다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라운드뷰의 미세 설정을 다시 하고 비상등 버튼도 보다 세련된 제품으로 바꿀 생각이었지만,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그대로 뒀다.

해외 안드로이드 올인원과 어라운드뷰 구매에 대해 섬즈공방 운영자는 "해외 제품은 외관이 동일하더라도 기능이나 설정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가령 K7을 지원하는 제품이라고 안내되더라도 연식이나 옵션 사양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부적으로는 △차량의 연식과 트림, 옵션 정보를 판매자에 공유할 것 △차량 실내 센터페시아 사진을 찍어 판매자에게 보내줄 것 △설치·설정을 위한 설명서와 팩토리코드를 요구할 것 등을 꼽았다. 가능하다면 기존 센터페시아를 사전에 탈거해 내부 연결선 모습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자는 차량 연식과 트림, 실내 구성 등을 판매자와 공유해 구입했음에도 차량과 맞지 않는 연결선이 동봉됐다. 시공을 못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다행히 섬즈공방에 여분의 연결선이 있어 문제가 되는 않았다.

또한 추가금을 지불하더라도 CPU가 쿼드코어 이상이며 메모리도 4GB를 넘는 제품 구입을 당부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사양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기에 저성능 제품을 구매하면 과부하가 걸려 강제종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섬즈공방 측은 "램 용량이 작은 안드로이드 올인원은 T맵 등 내비게이션과 음악 프로그램을 동시에 틀면 꺼지기도 한다. 메모리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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