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굳건한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업종에 속한 업체들이 줄줄이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이 강등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에도 가정식 수요 증가와 판촉 경쟁 완화 덕분이다.
1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무보증사채 정기평가와 기업어음(CP) 신규 평가를 마친 20개 음식료 업체의 신용등급은 모두 유지됐다. 오히려 CJ제일제당과 하이트진로의 등급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고, 대상과 매일유업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영화관 운영 업체, 소매유통 업체, 철강 업체, 자동차 부품업체와 석유화학 업체 등의 등급전망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연이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저하됐지만 음식료 업체는 필수재 특성상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 타격도 크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식 경기 위축으로 소재, 조미료, 장류 부문의 판매가 줄었지만 라면 등 가공식품 판매는 늘었다. 또 대면 채널에서 판촉이 축소되고 마케팅 경쟁이 완화하면서 판관비 부담이 줄었다. 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음식료 업체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영업실적을 나타내고 있다"며 "업체별 사업 구조와 투자 정책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올 하반기에도 업계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과 재무안정성 유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 실행으로 재무부담이 완화하고 주력 사업의 수익 구조와 현금창출능력이 좋아져 등급전망이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진로이즈백과 테라의 판매 호조로, 대상은 자산 매각과 소재 부문의 외형 성장으로 등급전망이 바뀌었다. 매일유업은 제품경쟁력 강화와 실질적인 무차입 구조 유지로 긍정적 등급전망을 달게 됐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올 들어 코로나19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야기한 가공식품 수요 성장과 해외 판매 호조로 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어 업체별 투자정책과 이에 따른 재무안정성 수준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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