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월세 늘고, 전셋값 '분양가 추월'…팍팍해진 세입자

입력 2020-07-15 17:38   수정 2020-07-16 03:03

전세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3법 국회 통과에 속도를 내자 서울의 새 아파트 전셋값이 분양가를 뛰어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린 ‘7·10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전세를 반전세 등으로 돌리는 경우도 늘어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6일 7억원(8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최고가에 비해 1억5000만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2017년 10월 당시 분양가가 5억~6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입주 2개월 만에 전세가가 분양가를 뛰어넘은 것이다.

시세 호가는 저층이 6억8000만원 정도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전용 59㎡ 전세매물은 딱 하나 나와 있고 84㎡는 없다”며 “물건은 없고 찾는 사람은 많다 보니 가격을 조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의 분양가 초월 현상은 매물이 귀한 인기 주거지의 1~2년 된 단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면서 직접 들어가 사는 집주인이 많아진 데다 입주 2년이 되지 않아 전·월세 물량 자체가 귀해서다.

지난해 10월 입주를 마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84㎡ 전세가격은 15억원을 넘어섰다. 2016년 8월 일반분양가(14억4900만~14억6800만원)보다 높다.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 역시 59㎡는 6억원대 후반, 84㎡는 8억원대 후반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분양가는 전용 59㎡가 5억9000만~6억6000만원, 전용 84㎡가 7억1000만~8억1000만원이었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법을 바꿔 임대료를 5%밖에 못 올리게 할 것이란 소식에 집을 좀 비워 놓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에 계약하겠다는 집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일 마포구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 전용 84㎡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40만원에 반전세로 계약됐다.

아현동 M공인 대표는 “상당수 집주인이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보증금 1억원당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해 월세를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강남 3구의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강남구는 전달 14%에서 이달 18%로, 서초구는 12%에서 17%로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서울 준전세(보증부월세) 가격지수는 지난달 100.2로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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