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당정에서 주택 공급 확대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유형을 제시했지만 그린벨트 해제가 빠져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도심 고밀도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 및 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 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 및 재건축 추진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을 공급 확대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훼손에 반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로 섣불리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날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가운데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고 서울에 있는 군부대 땅을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두 장관은 수도방위사령부의 예하 부대가 있는 땅을 활용해서 아파트를 짓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방사 땅은 관악구 남태령 보급품 관리부대와 영점사격장, 동작구 노량진 군사경찰 분견대, 은평구 구파발 56사단 사령부와 예비군 훈련장 등이 있다.
3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남양주 왕숙신도시(11.34㎢)에서는 총 6만6000가구가 건설된다. 만약 서초구 그린벨트를 전부 해제한다면 산술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큰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 13개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곳으로 서초구 그린벨트 내 취락지구로 지정된 양재동 식유촌마을(2만860㎡)과 송동마을(2만745㎡), 내곡동 탑성마을(1만7488㎡)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지역은 인근에 아파트가 조성돼 그린벨트의 기능이 상당 부분 상실된 상태다.
식유촌·송동마을은 도로 건너편에 최고 25층 아파트인 서초공공주택지구(총 3304가구)가 들어서 있다. 탑성마을도 2010년부터 최고 21층 아파트인 내곡공공주택지구(총 4629가구)가 있다. 서초구 내곡동 가구단지 일대나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주변 지역도 거론된다. 내곡동 강남·서초예비군훈련장도 후보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은평구 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 일대 359만3000㎡ 일대의 그린벨트를 22년 만에 해제하고 은평뉴타운을 조성해 1만4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이명박 정부는 서초구 내곡동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조성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초구 등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면 단기적으로 강남3구 등의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확실한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최진석/강진규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