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하라리·리프킨·누스바움…세계 석학들의 위기 진단

입력 2020-07-16 17:48   수정 2020-07-17 02:35

“오래된 규칙은 산산조각 나고, 새로운 규칙은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 확실성은 바닥을 쳤고, 선택의 자유는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사피엔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펴낸 《오늘부터의 세계》를 통해서다. 하라리는 최근 모든 인터뷰를 중단한 채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안희경의 인터뷰 요청에 답변 대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짧은 글을 보냈다. 그는 현재를 “한참 전에 이뤄야 했던 개혁을 감행할 시간이며, 불의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정의하며 “올해 말이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 속에 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늘의 위기는 인류를 어떤 미래로 이끌까. 이 책은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새로운 질서를 상상할 수 있는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는 7명의 석학과 온라인 화상 및 전화 등으로 인터뷰했다. 《소유의 종말》 등을 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제러미 리프킨, 푸젠 농림대 농촌재건대 학장인 원톄쥔, 시카고대 철학과 교수인 마사 누스바움, 영국 요크대 역학과 교수인 케이트 피킷,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인 닉 보스트롬, 유기농 농법 확산을 위해 나브다냐를 설립한 반다나 시바,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답했다.

이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금의 위기를 분석한다. 리프킨은 코로나19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그는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와 그것이 야기한 감염병이 창궐하는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두 번째 파고는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바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수백만 명의 생계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위기는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고,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쓰러뜨린다. 디지털 금융, 전자 상거래 등의 이면에는 디지털 결제를 할 줄 몰라 부당한 수수료를 내야 하는 사람들, 봉쇄 상황에서 일하지 못하면 굶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시바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은유 속에 ‘사람이 필요 없는 경제’의 잔인한 면을 발견하며, 그것이 반생태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원톄쥔은 “서로가 서로의 시장이 돼준 글로벌 체인이 끊어지면서 ‘글로컬라이제이션(지역 중심 세계화)’이라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세계 경제 질서는 북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 지역의 삼각 구조로 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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