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에 여행 캠페인?…잇단 '헛발질' 조롱받는 아베

입력 2020-07-17 17:23   수정 2020-07-18 01:25

임기를 1년여 남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들이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9월 입학제’ 도입과 육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 시스템 ‘이지스어쇼어’ 배치, 소비 진작을 위해 밀어붙였던 국내 여행 장려 정책 ‘고투(Go To) 트래블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 9월 임기가 끝나지만 벌써부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카바 가즈요시 일본 국토교통상은 지난 16일 숙박비 등 여행 경비의 최대 50%를 정부가 보조하는 고투 트래블 캠페인에서 도쿄도를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고투 캠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빠진 지역 관광업계를 살리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일본 정부가 1조3500억엔(약 15조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소비 활성화 대책이다. 시행을 불과 엿새 앞두고 인구 1400만 명의 수도 도쿄를 제외하자 관광업계는 “하나 마나 한 대책이 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시행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했지만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도쿄의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는 지난 16일 286명, 17일 293명으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이어갔다.

여론과 상황을 무시하고 밀어붙였다가 탈이 난 정책은 고투 캠페인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소득이 급감한 세대에만 30만엔(약 338만원)씩 현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한 정책을 갑자기 전 국민 1인당 10만엔 지급으로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긴급경제대책이 1주일 넘게 늦어졌다. 예산안을 다시 짜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돌연 중단을 선언한 이지스어쇼어 역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데도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태세를 마련한다며 급하게 추진한 정책이다. 지난 5월 아베 총리가 직접 “유력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9월 입학제도 보류했다. ‘코로나 휴학’이 길어지면서 생긴 교육 격차와 학사 일정 지체를 해소하는 동시에 교육의 국제화를 달성하겠다며 야심차게 꺼낸 대책이었다. 260억엔을 들여 가구당 면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는 일명 ‘아베노마스크’ 정책 역시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했다가 복지시설에서도 받기를 거부하는 웃음거리가 됐다.

아베 내각의 헛발질이 잦아진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최대 치적이었던 경제 성과가 무너지고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를 살리고 동시에 코로나19도 수습하려는 조급증 탓에 정책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연초 45%에서 35%대로 주저앉았다. 도쿄 외교 소식통들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민주당 정권의 무능함 때문에 집권한 아베 정권도 10여 년 만의 대재난 앞에서 별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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