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자본시장이 보는 부동산 전망은

입력 2020-07-17 08:50   수정 2020-07-17 08:52

≪이 기사는 07월17일(06: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 시, 부동산 경기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 11월 한 회사채 투자설명서 내용의 일부입니다. 작성자는 주택의 담보가치 변화에 예민한 국내 최대 부실채권(NPL) 투자회사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입니다. 당시 서울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은 본격적인 상승기로 접어들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유암코는 ‘방향 전환’을 예단하기가 조심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이었던 2015년 말 정부는 가라앉은 부동산 분위기를 띄우려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2014년 7월 내놓은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이 대표적인데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상한선을 70%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까지 확대했습니다. 처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듯했던 일련의 규제 완화는 이후 저금리 및 공급 부진 심화와 맞물려 서울 아파트 값의 고공비행을 이끕니다.

그로부터 5년 정도가 지난 지금, 정부는 정반대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풍선 효과를 일으키는 집값 과열을 막으려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암코는 지난 14일 새로운 투자설명서를 공시했는데요. 이번엔 부동산 시장 전망을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 등 대내외 상황으로 상승기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외 경기 변동, 주택시장 규제 강화 정책 변수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이번엔 상승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점을 드러냈습니다. “상승기가 제한”이라는 표현은 “침체는 당분간 계속”이라 쓴 5년 전보다 낙관적입니다.

국내 1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도 지난 10일 창사 이래 처음 낸 회사채 투자설명서에서 부동산 경기를 전망했는데요. “추가적인 규제 강화 정책이 발표될 경우 민간 주택 공급량 감소, 재건축 시장 악화, 분양 및 청약 감소 등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우려를 제시했지만, 역시 위축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듯합니다.

정책이 바뀌더라도 시장 흐름이 급격히 방향을 틀지는 않을 것으로 가정하는 이들 부동산 전문 금융회사들의 속성은 대다수 기관투자가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듯합니다. 부동산 경기와 실적 연계성이 강한 유암코와 이지스자산운용의 회사채는 기관의 관심 덕분에 모두 최근 수요예측(기관 대상 사전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경계해야 할 점은 정부의 각종 규제 강화가 실물경기의 침체 환경과 맞물려 뜻밖의 방향 전환을 만들어내는 일인 것 같습니다. ‘뜻밖의 위축’은 5년 전 유암코가 예측하지 못했던 ‘뜻밖의 호황’과 달리 패닉을 부를 수 있으니까요.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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