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마지막 변수는 '칸서스운용'

입력 2020-07-20 15:22   수정 2020-07-21 09:02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한 지 10년 만에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막바지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 KDB생명을 보유한 케이디비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공동 운용사(GP)였던 칸서스자산운용이 매각 작업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다.

산은은 지난달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중견 사모펀드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기존 주식을 2000억원에 매각하고, 추후 유상증자를 하는 조건이다. JC파트너스가 만드는 펀드에는 산은과 우리은행 등이 출자자로 참여한다.

칸서스운용은 KDB생명을 보유한 PEF의 지분 2.4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 치면 산은이나 다른 출자자(LP)들에 비해 미미하지만 공동 GP로서 KDB생명에 대한 매각을 반대할 권리는 가지고 있다.칸서스운용과 KDB생명의 10년에 걸친 인연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칸서스는 2009년 2월부터 금호생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회계실사를 하면서 펀드를 통해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자 그해 11월 국민연금은 이 건에 대해 ‘투자 불가’ 의견을 내렸다. 주요 출자자 확보에 실패한 칸서스는 금호생명 인수를 내부적으로 철회했다.

그런데 2009년 12월6일 민유성 산은 행장이 금호생명 매수자 지위에 있는 칸서스에 산은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는 게 칸서스의 주장이다. 이 문제에 관한 증언은 엇갈린다. 산은에서는 "칸서스는 당시 금호생명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었지만, 전략적 투자자(SI) 부재 등으로 계약종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산은에 펀드 참여를 요청하는 등 산은이 일방적으로 인수를 주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산은과 칸서스는 이듬해 2월 4일 공동으로 6500억원 규모의 PEF를 꾸려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칸서스는 인수를 주도한 것은 산은이었다고 주장한다. “부실이 발견된 후에도 산은과 달리 칸서스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으며 경영진 선임 등 모든 것이 산은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의 사장과 수석부사장은 주로 산은 출신이 선임됐다. 인수한 뒤 곧바로 이름도 KDB생명으로 바꾸고 ‘산업은행 계열’로 홍보하기도 했다. 반면 산은에서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던 칸서스가 금호의 '백기사' 역할을 해 준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칸서스는 금호 측에서 목소리를 내는 창구였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칸서스는 산은과 공동 업무집행사원으로 운영회의, 투자심의위 등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칸서스, 거부권 행사할까

과거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배경은 칸서스가 자신들이 “KDB생명의 매각전에서 완전히 소외됐으며 구주 매각 가격 2000억원도 너무 낮아 거부권 행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칸서스는 최초 KDB생명 인수 및 추가 출자 과정에서 총 308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KDB생명의 매각 가격이 장부에 계상한 것보다 훨씬 낮게 팔리면 대규모 투자손실을 내게 된다. 이로 인해 자본금이 120억원에 불과한 칸서스의 자본 적정성이 훼손되면 또다시 유상증자가 필요해질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이번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서 더 좋은 매각 기회가 보장되진 않는다. 당장 KDB생명 노조는 “칸서스가 KDB생명의 경영실패 책임을 지지 않고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는 것은 임직원의 생존권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칸서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칸서스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새 보험사 회계규정 도입 등으로 KDB생명에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 등 미래에 부담이 생기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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