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포엠, 4명의 성악가가 강약의 조화를 이룬다는 것

입력 2020-07-22 18:02   수정 2020-07-22 18:04



"적재적소에 화음과 톤을 맞춰주는 것이 같은 계열의 4중주 악기처럼 들렸다."

JTBC '팬텀싱어3'에서 라포엠(박기훈·테너, 유채훈·테너, 정민성·바리톤, 최성훈·카운터테너)의 무대를 본 이후 나온 심사평 중 하나다. 성악가 4인으로 구성된 라포엠의 하모니를 듣고 있노라면 목소리가 악기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성악가들이기에, 각자 그 누구보다 소리에는 자신이 있을 터. 그러나 이 훌륭한 악기들은 라포엠이라는 팀을 만나 욕심보다는 배려와 조화를 추구했다. 라포엠이라는 팀의 하모니가 하나의 악기처럼 들릴 수 있는 조화로움의 비결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포엠은 '팬텀싱어3' 이후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즐겁고 신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밝은 인사를 건넸다. "우승한 게 이제 좀 실감나냐"는 물음에 최성훈은 "출연자들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서 우승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는데 감사한 선물을 받았다. 며칠간 실감하지 못했는데 조금씩 알아봐 주시고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면 실감이 난다"고 답했다. 정민성은 "매일매일 가족 같은 우리 팀원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음뿐이다"라며 기뻐했고, 박기훈 역시 "일정을 소화하면서 형들을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라포엠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묻자 유채훈은 "멤버 개개인도 그렇지만 팀이 되기까지 서사가 드라마틱 했던 것 같다. 불렀던 노래들도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들이 많았다. 요즘 시국과도 맞물려 여러 가지로 많이 공감해 주신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정민성은 "뚜렷한 각자의 개성들이 만나서 하모니를 이루는 과정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 "대역전극? 팬들한테 정말 잘해야죠"
라포엠은 '팬텀싱어3'에서 극적 반전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이다. 1차 프로듀서 점수에서 꼴찌를 했던 이들은 온라인 시청자 투표 점수, 대국민 문자투표 점수로 역전에 성공했다. 라포엠의 우승에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유채훈은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우리는 팬들한테 진짜 잘해야 한다고 항상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분들의 점수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그날의 무대를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3위를 해서 아쉽긴 했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전의를 불태웠는데 팬분들도 그랬던 것 같다"며 웃었다.


최성훈도 1차 경연에서 3위를 기록했던 것을 떠올리며 "3위를 한 뒤에 더 집중했다. 아직 남은 무대들이 있고, 우리가 계획했던 그림이 있으니 더 집중해 감정선을 쌓자고 말하며 힘을 냈다.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해 나가려는 모습에 팬분들이 많은 응원을 해주셨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라포엠은 '팬텀싱어3'의 매 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 있었다. 경연에 임했던 자신들의 모습에도 후회란 없었다. 선곡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정민성은 "멤버들의 캐릭터가 다 들어갈 수 있는 노래들이었다"고 말했다. 유채훈은 "그냥 흘려들으면서 지나가게 되는 노래가 있는 반면, 간주만 들어도 네 명 모두 동시에 '오?' 하는 노래가 있었다. 노래에 대한 만족도는 지금까지 다 100%였다. 찜찜한 적이 없었다"며 선곡에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 존경과 존중, 라포엠만의 특별한 하모니
"서로 합이 통하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연습하면서 저희끼리 감동에 빠지거나 소름이 끼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이 맛에 이걸 하는구나'라고 느껴요"(최성훈)

라포엠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조화로움이다. 멤버들이 지니고 있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존중은 어쩐지 '팀워크'라는 말보다는 '하모니', '밸런스'에 더 잘 어울린다. 유채훈은 "'팬텀싱어' 시즌 최초로 성악가로만 구성된 팀이라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즌 1, 2 우승팀은 서로 다른 장르가 어우러졌지만, 우리는 성악가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과연 괜찮을까' 하는 우려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는 사람들이 걱정을 할 수는 있겠다 싶었지만 우리가 얼마만큼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른 것 같다. 무엇보다 네 명의 하모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오히려 성악가들끼리 모이니 공감대가 맞고 음악적인 생각도 잘 맞았다"면서 "이건 앞으로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증명해내면 되는 것 같다. 멤버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암묵적으로 서로 믿고 있다는 게 느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라포엠에는 그야말로 실력파 성악가들이 다 모였다. 막내 박기훈은 부산예고와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 국내외의 각종 콩쿠르를 섭렵한 수재다. 정민성 역시 인천예고와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성악가로 독일 유학길에 올랐으나 '팬텀싱어3'를 만나 합격한 학교까지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채훈은 포항예고와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 과거 팝페라 그룹에서 활동하며 크로스오버 음악 활동을 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최성훈은 경북예고, 한예종을 거쳐 제네바국립고등음악원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성악가로서 이미 훌륭한 길을 걷고 있던 이들은 왜 '팬텀싱어3'를 택했을까.

박기훈은 "시즌 1, 2때 나가볼까 말까 하다가 자신감이 없어서 결국 못 나갔다. 성악 말고는 해본 게 없기 때문에 크로스오버적인 부분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시즌3는 안 나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조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민성은 "고민하다가 이전 시즌을 나가지 못했고, 그 사이 3년의 시간 동안 유학을 준비했다. 유학을 나갔는데 '팬텀싱어3'가 한다는 말에 바로 돌아왔다. 마침 독일 오디션도 생겨서 참가했는데 됐다. 독일 하노버 대학에 붙은 상태였는데 다 포기하고 '팬텀싱어3'를 하러 왔다. 내겐 이게 제일 중요했다. 다 정리하고 올 정도로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최성훈은 "정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중창의 매력을 알게 됐다. 카운터테너로서의 고민과 염려가 있었지만 한국 무대를 갈망하고 있는 상태였고, 새로운 음악적 동료를 만나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있었다"면서 "음악적 고민이나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팀원들을 만나 많이 해결됐다. 스스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유채훈은 팀의 리더로서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크로스오버를 위한 조율에 있어서도 그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다. 유채훈은 "사실 혼자 하는 게 편할 때도 있지만 여럿이 합을 맞출 때 오히려 배우는 게 많더라"면서 "박기훈을 처음 봤을 때 국제 콩쿠르에서 잘나가는 루키로서 독창을 해도 저렇게나 화려한데 4중창으로 맞추는 게 가능할지 걱정됐다. 그런데 막상 팀을 하고 보니 소리를 아끼면서 다 맞추더라. 정민성, 최성훈을 보면서도 많이 배운다. 어떻게 이 팀에서 색채를 내야 소위 '포텐'이 터질지 그 부분을 알고 있더라. 팀 자체가 혼자 할 때보다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박기훈은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성악은 성량을 키워야 하는 부분이 많지 않냐. 그렇게 발성을 연구했는데 막상 크로스오버 4중창을 하면서 절대 튀어서는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그때 크로스오버에 최적화되어 있는 유채훈 형을 만났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자기 것을 가르쳐주기가 쉽지 않은데 형은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도와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라포엠의 보석, 카운터테너 최성훈
"우리에겐 카운터테너(가성으로 소프라노의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가 있어요. 엄청난 무기라고 생각해요. 성악 남성 4중창 프로젝트지만 혼성 그룹 같은 느낌도 낼 수 있으니 큰 장점이죠"(유채훈)


최성훈은 외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깊은 음악적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성악가 중에서도 유독 숫자가 적은 카운터테너로서 홀로 고민을 앓아왔다는 그는 라포엠을 만나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성훈은 "가족 같은 동료들을 같이 만나서 작업하니까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한 두 마디씩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그러다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고민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더라. 기쁜 일은 나누면 두 배, 세 배가 됐다. 이전과는 다르게 삶 속 모든 감정의 순간이 극대화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최성훈을 팀의 보석으로 이끌어낸 데에는 유채훈의 역할이 컸다. 유채훈은 "멤버를 영입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을 때 무조건 최성훈을 데려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팀에 데려오니 얘가 자꾸 서브를 해주려 하더라. 본인은 그게 나름 팀을 배려하는 거라고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나는 널 무기로 쓰고 싶으니 조금 더 주체적으로 내세워라', '네가 와서 팀의 색채가 잡혔는데 그 소리를 왜 아끼려고 하냐'고 말했다"면서 "지금은 우리가 최성훈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음악을 만들 때 스위스, 파리에서 오페라 공연을 했던 게 많이 반영되고 있다. 연기적인 표현에서도 주도적으로 리드해 준다"고 했다.

이에 최성훈은 "카운터테너가 다른 개성 있는 싱어들의 소리를 돋보이지 않게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유채훈 형이 장점을 살려 노래할 수 있도록 편하게 말들로 많은 도움을 줬다. 중창을 하기 위해서는 내 장점, 내 개성을 숨기는 게 아니라 그걸 살려야 더 효과적인 시너지가 나고, 뻔하지 않은 소리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우리 팀이 가장 지향하는 방향에도 이런 것들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 성악을 주 뿌리로 다양한 장르…"대중에 더 가까이"
팀명 라포엠은 보헤미안(La Boheme)과 시(Poem)의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자유롭게 한 편의 시와 같은 음악을 하겠다'는 포부가 녹아있다. 라포엠은 다양한 장르로 대중에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라포엠은 "성악을 주 뿌리로 삼지만 결코 성악만 하지는 않았다. 팝 가요, EDM, 아이돌 뮤지션, 락, 뮤지컬 등 다채로운 소리도 가지고 있다. 성악을 뿌리로 하되 그 안에서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장점"이라면서 "대중 속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반응을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 또 곡을 만들거나 작사를 할 때 우리의 손때가 많이 묻었으면 좋겠는 욕심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 조금 더 대중음악적으로 갈 생각이다. 우리의 것을 최대한 지키고, 상하지 않는 선에서 대중에 다가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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