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탈 조짐…캐디 20% 그만둘 것"

입력 2020-07-25 19:54   수정 2020-10-05 19:03


“현장을 잘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겁니다. 최소 10~20%의 캐디들이 입법 순간 그만둘 겁니다.”

24일 경기 남부권의 한 골프장 임원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정부가 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강력 추진한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나온 반응이다. 이 임원은 “골프장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캐디 중에는 신용불량자, 기초수급대상자 등 소위 ‘무직자’가 10명 중 2명 정도 된다”며 “이들 모두 자신의 소득이 공개되는 순간 캐디 일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난 8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을 예고하면서 골프계가 술렁이고 있다. 수십 년간 지속한 캐디제의 근간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데다, 인력난까지 가중된다는 점에서 입법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9월께 국회에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되면 내년 초부터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시행할 방침이다.
소득 노출되면 소득세+4대 보험료 부담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캐디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아웃소싱업체에 소속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골프장이 직접 고용하길 꺼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 경우 소득세 3.3%(지방소득세 포함)와 4대 보험료 납부도 의무가 된다. 이듬해 5월에는 종합소득세도 신고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캐디 파견업체 자료에 따르면, 캐디 수입을 400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캐디 1명이 납부할 세금과 4대 보험료는 종합소득세를 제외하고 연간 520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입법 예고 소식에 캐디들도 동요하고 있다. 경기 수도권 한 골프장의 경기 팀장은 “캐디 100명 중 99명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신입 캐디들의 불안감이 가장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10년차 캐디는 “일부 골퍼들에게 ‘비인간적 취급’을 받으면서도 참고 일했던 건 악착같이 일하면 소득이 꽤 괜찮다는 점 때문”이라며 “소득이 노출되면 캐디라는 직업의 유일한 장점이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현금으로 받는 캐디 수입은 지역별, 골프장별로 차이가 크다. 대개 한 달 25일(성수기 기준)을 일하는데, 하루 2라운드를 도는 날은 열흘 정도다. 눈비가 오는날, 골프대회, 혹서기, 혹한기 장기 휴장 등을 감안하면 연간 300일 이상 일하는 경우가 드물다. 세전 수입을 4000만~5000만원 사이로 대개 보는 배경이다. 골퍼들이 캐디피 외에 별도로 건네는 보너스(일명 버디값)는 연간 400만~500만원 정도로 본다.
골프장들 “캐디 수급 악화 불보듯”
골프장들도 고민이 크다. 그러잖아도 풀기 어려웠던 캐디 수급 문제가 더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2020레저백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는 지난해 기준 3만808명. 하지만 전국 500여 개 골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면 최소 5만 명의 캐디가 필요한 것으로 골프장 업계는 보고 있다.

강원지역 골프장 대표는 “산악 코스의 경우 사고 위험 등으로 노캐디제나 캐디 선택제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며 “지원자가 많지 않아 휴장을 하는 겨울에도 별도의 고용유지금을 지급할 정도로 캐디 확보에 공을 들이는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캐디를 확보하는 것도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캐디 전문 파견업체 관계자는 “1년 이상 고용 시 캐디의 퇴직금까지 보장해줘야 해 비용이 생각보다 더 든다”며 “아웃소싱업체끼리 가격 경쟁이 붙으면 캐디에게 비용을 전가하려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캐디 수입이 감소하고, 지원자 역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란 얘기다.

국내 최대 캐디 커뮤니티인 ‘캐디세상’의 김은상 대표는 “혼란이 심하다. 고용보험 가입이 가져오는 장점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캐디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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