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때문에 꿉꿉한데'…삼성이 '제습기' 안 만드는 이유

입력 2020-07-28 10:53   수정 2020-07-28 15:35


최근 들어 예년보다 긴 장마로 제습기 판매가 일시적으로 '특수'를 맞은 가운데, 제습기를 단종시킨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8일 "향후에도 제습기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그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했던 제습기를 2017년 단종시켰다. 장마철에 앞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영업 활동을 강화하는 국내 가전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올해는 길어지는 장마에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늘고 있긴 하지만 제습기는 시장성이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제습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 등 제습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가전들이 잇따라 출시돼 삼성전자는 굳이 별도의 제습기를 내놓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130만대로 최정점을 찍었던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이듬해에도 100만대를 넘겼다. 그러나 2016년 절반 수준인 55만대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에는 20만대로 크게 줄었다.

국내에서 점차 제습기의 입지가 줄어들자 삼성전자는 제습기 출시를 중단하는 대신 에어컨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다른 가전에 제습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 '무풍에어컨 갤러리 스텐드형'은 하루 동안 제습할 수 있는 습기의 양을 의미하는 '일일 제습량'이 모델 별로 최대 78~110리터(L)에 달하는 '대용량 강력 제습' 기능을 갖췄다. 시중에 판매되는 인기 제습기의 경우 16~20L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제습기를 사용할 면적 절반 정도의 제습 용량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용량 자체만 봤을 땐 무풍에어컨 갤러리가 4~5배 이상 크다.

무풍에어컨 갤러리의 경우 일일 제습량이 큰 만큼 제습으로 발생하는 물도 방대하다. 다만 모두 배수 노즐을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매번 물을 비워줘야 하는 여타 제습기와 달리 관리가 간편하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과 제습기의 원리는 동일하지만 에어컨이나 제습기의 성능은 압축기의 용량에 비례한다"며 "에어컨은 열이 발생하는 응축기를 실외기로 빼지만, 제습기는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 실내 온도를 상승시키게 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장마철에 실내에 빨래를 널어도 눅눅하지 않게 말릴 수 있는 제습기의 또다른 기능은 의류건조기로 대체시켰다. 판매량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의 판매는 장마를 앞둔 7월 첫째주 매출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3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에는 가습기의 국내 판매량이 130만대에 육박해 2014년 에어컨 시장규모인 150만대와 비슷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면서도 "지금은 제습 기능이 에어컨,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다른 가전에 포함되는 추세가 되며 '장마철 필수가전 제습기'는 옛 말이 됐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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