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추진하던 '부산항', 난개발에 물거품 위기

입력 2020-07-29 07:24   수정 2020-07-29 07:26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항구인 '부산항 1부두'의 세계유산 등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성을 훼손하는 난개발 때문이다.

23일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는 북항 재개발 사업 구역에는 부산항 1부두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1만3000㎡의 바다를 매립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조성된 매립지에 트램 기지도 만들고 일부는 분양해 오페라하우스를 만드는 등 해양문화 지구와 공공업무 용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산항 1부두의 역사성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1876년 개항한 1부두는 6·25 전쟁 때 유엔군과 유엔지원물자 입항지이고, 8·15 광복 이후 100만 동포가 조국으로 귀환한 길목이다.

특히 1905년 만들어진 해안 석축(안벽)은 근대 항만 토목 구조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아직 완벽하게 남아있다.

부산시 문화유산과는 이런 역사성 때문에 1부두를 포함한 피란수도 유산을 유네스코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문화재청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조건부 선정이 되는 것까지 추진해 놓은 상태다.

문화유산과가 작성한 '부산항 제1부두 문화재 지정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수면 매립 시 완전성·진정성 훼손으로 피란수도 세계유산 등재 불가능하다"면서 "매립 재검토, 트램 차량기지 설치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자료에는 2018년 복천동 고분군이 주변 주택재개발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목록에서 배제된 사례를 들며 "잘못된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도 적었다.

시와 항만공사가 2018년 원형 보전에 의견을 모았지만, 부두 원형을 훼손하는 사업 계획이 나왔고 지난해 일부 도로 구조를 바꿨지만 여전히 훼손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만 부산시 내에서도 부서별로 입장이 달라 시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는 상태다. 부산시 균형재생국 관계자는 "(부두 관통) 선형 도로와 관련 중앙교통심의가 진행되는데 이를 시기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데다, 만약 사업 계획을 바꾼다면 2022년까지 기반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매립지를 분양한 돈으로 오페라하우스에 800억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매립을 안 하면 오페라하우스 건립에도 차이가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고 설명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1부두 원형 보존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고 사업변경도 했다"면서 "해수부, 부산시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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