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헤엄 월북' 7번 포착하고도 놓쳤다

입력 2020-07-31 17:07   수정 2020-08-01 01:31

최근 서해·한강 하구를 통해 북한으로 넘어간 탈북민 김모씨(25)가 월북 지점인 강화도 월미곶(연미정)에 도착해 북한 땅을 밟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40여분에 불과했다. 우리 군 감시카메라가 조류 흐름을 이용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김씨를 총 일곱 차례 포착했지만, 감시병이 이를 식별하지 못했거나 북한 주민으로 오인해 상부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중국인 밀입국 보트 사건 이후에도 군의 해안 경계 허점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18분께 택시를 타고 연미정 인근에 도착했다. 당시 택시 하차 지점에서 200여m 떨어져 있는 민통선 초소 근무자가 육안으로 택시 불빛을 확인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른 새벽 인적이 드문 접경 지역에 접근한 민간 차량과 탑승자의 하차 여부에 대한 추적 감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김씨는 이어 2시34분께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이동하는 모습이 초소 인근 폐쇄회로TV(CCTV)에 찍혔고, 2시46분 한강으로 입수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씨가 물가로 접근하는 통로로 사용한 배수로에는 철근 저지봉과 철조망이 있었지만, 오랜 기간 관리 없이 방치돼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다. 연미정 인근 군 초소가 하루 2회 배수로 내 저지봉과 철조망을 점검하는 것이 부대 규정이었지만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는 연미정 배수로를 나와 헤엄쳐 4시께 북한 황해도 개풍군 탄포(선전마을)에 도착하기까지 우리 군 감시카메라에 총 일곱 차례 포착됐다. 물속에서 통나무, 스티로폼 등 부유물과 섞여 떠내려가는 모습이 근·중거리 감시카메라에 다섯 차례, 북한 땅에 올라 선전마을로 걸어가는 모습이 열상감지카메라(TOD)에 두 차례 잡혔다.

하지만 근·중거리 감시카메라에 잡힌 김씨 모습은 사건 당일 감시병들이 식별하지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부유물과 함께 떠내려가는 김씨를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군 감시 장비 전문가들이 녹화 영상을 수차례 정밀 분석한 끝에 김씨 모습을 찾아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한 땅에 도착한 뒤 찍힌 TOD 영상 역시 감시병들이 김씨를 북한 주민으로 오인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씨가 군 감시망을 뚫고 손쉽게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과 관련해 서해 접경지역의 군 해안경계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에는 태안에서 소형 보트를 이용한 중국인들의 밀입국이 발생했지만 우리 군은 이 보트를 낚싯배로 오인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합참은 이번 탈북민 월북 사건의 책임을 물어 이승도 해병대사령관(해병 중장)과 최진규 수도군단장(육군 중장)을 엄중 경고하고, 해병대 2사단장을 보직해임하는 등 관련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합참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철책 직후방 지역을 일제 점검하겠다”며 “카메라 감시병들의 식별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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