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속 빛난 '배터리 신화'가 새삼 일깨운 것

입력 2020-08-02 17:59   수정 2020-08-03 00:17

지난 주말에 발표된 LG화학의 올 2분기 경영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깜짝’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인 와중에 7분기 만에 최대 영업이익(5716억원)을 올린 것도 놀랍지만, ‘포스트 반도체’ 1순위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이익(1550억원)을 내 견실한 수익궤도에 오른 것이 더 의미 있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군단’은 올 들어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중국 일본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세 업체 1~5월 배터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4.5% 급증해 중국 CATL(-31.7%), 일본 파나소닉(-22.1%)이 뒷걸음질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완성차 업체들의 직접 진출 같은 변수가 없지 않지만, 2025년이면 연 180조원으로 커질 글로벌 배터리시장 선점에 한발 앞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이 대부분 그랬듯, 오너 경영인의 집념을 빼놓고는 K배터리 성공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990년대 초반 2차전지 사업을 LG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결정한 인물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었다.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며 2005년에는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음에도, 구 회장은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 2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해 ‘배터리 신화’의 초석을 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원유가격 등락만 쳐다보는 SK이노베이션의 ‘천수답 경영’을 끝내기 위해 총 50억달러 규모의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를 결정했다. 한국적 경영 현실에서 오너가 아니면 꿈도 꾸기 힘든 결단들이다.

이런 선견지명과 뚝심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 위기국면에 큰 교훈을 준다. 과거 같으면 한 세대가 걸렸을 거대한 변화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벌어지는 게 요즘 현실이다. 필름의 대명사였다가 112년 만에 파산한 코닥이 최근 제약사로 부활을 선언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앞으로 어떤 부침과 흥망성쇠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럴수록 기업인들이 마음껏 뛰도록 ‘족쇄’를 풀고 ‘날개’를 달아줘야 할 때다. ‘선도국가로의 대전환’을 내건 정부라면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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