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반전 드라마'…얀센이 반환한 기술 '1兆 잭팟'

입력 2020-08-04 17:22   수정 2020-08-05 08:47

한미약품이 1조원대의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4년 만에 또다시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최근 잇따른 계약 파기로 주춤했던 한미약품이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취소 아픔 딛고 부활

한미약품은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랩스GLP글루카곤 듀얼 아고니스트(HM12525A·듀얼 아고니스트)’의 개발 및 제조, 상업화 권리를 글로벌 초대형 제약사인 미국 MSD에 이전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4일 발표했다. 계약금 1000만달러(약 119억원)와 단계별 기술료 등을 포함하면 최대 8억7000만달러(약 1조391억원)를 받게 된다.

듀얼 아고니스트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이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호르몬인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 치료제다.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약효 지속 기반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돼 있다.

듀얼 아고니스트는 한때 실패한 신약 후보물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2015년 총 계약 규모 9억1500만달러에 사갔다가 지난해 계약을 파기한 게 듀얼 아고니스트다.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치료하는 효능을 기대했으나 당뇨 치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쳐 4년 만에 한미약품에 기술을 반환했다.

퇴짜 맞은 후보물질이 다시 부활한 것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MSD는 비만 당뇨 등과 같은 계열의 대사질환인 NASH 치료에 듀얼 아고니스트가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당뇨 치료 효능은 다소 못 미치지만 비만에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임상 결과를 접하고서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얀센과 수행했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NASH 치료제는 아직 없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조절하는 방식으로 MSD와 함께 NASH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약 R&D 능력 또 입증
업계에선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수출이 그동안 수차례 이어졌던 기술 반환으로 인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항암제 후보물질 3개를 487억원에 기술수출한 뒤 2015년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금까지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은 모두 11건이다. 총 계약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5건이 계약 해지됐다. 베링거인겔하임에 넘겼던 표적항암제 올무티닙, 일라이릴리에 이전했던 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 등이 계약 파기되는 실패를 겪었다. 한 건은 계약 해지 위기에 몰려 있다. 5조원 규모에 기술수출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당뇨 후보물질이 위기를 맞았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주 1회 인슐린 콤보, 주 1회 지속형 인슐린 등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3종을 ‘퀀텀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39억유로(약 5조원)에 기술수출했다. 하지만 사노피는 2016년 일부 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올 5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잇따른 계약 파기는 당초 기대와 달리 효능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기초 후보물질 발견에서 최종 판매 허가를 받을 확률이 0.04%에 불과한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신약 개발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실패가 새로운 혁신을 창출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고(故)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혁신 신약 연구개발을 중단 없이 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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