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요금 개편 없는 '그린 뉴딜' 없다

입력 2020-08-04 17:56   수정 2020-08-07 16:02

얼마 전 정부는 ‘한국판 그린 뉴딜’ 비전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국비 42조7000억원을 포함한 73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일자리 65만9000개를 창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를 선도할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바꿔가겠다는 명확한 제시가 보이지 않아 ‘과연 이 계획대로 그린 뉴딜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린 뉴딜이 이뤄지려면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에 앞서 국민의 에너지 소비 행태가 변해야 한다.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현행 요금 체계는 화석연료발전이 주를 이루던 시기에 정해졌다.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고 권고하는 요금 체계다. 이런 요금 체계로는 소비자가 효율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소비하게 하고, 그린에너지를 대규모로 보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그린 뉴딜의 혜택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개편해야 할까? 대체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국내 대단위 신재생에너지발전 단가는 2026년께 석탄화력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기회에 대단위 해상풍력과 태양광발전 단지를 신속하게 구축해 발전 단가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그린에너지 가격 제도를 도입해 초기에는 화석연료발전 전기보다 비쌀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싸게 된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RE) 100’에 참여하도록 지원해 그린에너지를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격적인 그린에너지 요금제 도입에 앞서 연료비 연동제를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오르고 연료비가 내리면 전기요금도 따라서 내리도록 하는 제도다.

연료비 연동제가 지금 시행됐다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폭락한 유가가 반영돼 올여름 국민의 전기 요금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다. 특히 연료비 연동제는 하락하는 그린에너지 발전 단가를 실시간으로 소비자 요금에 반영할 수 있게 해준다.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비용을 합리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며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이뤄지게 해 최종적으로는 그린 뉴딜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할 것이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유지된다면 소비자의 행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참여 없이 이뤄지는 정부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그린 뉴딜의 성공을 위한 첫 단추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없는 그린 뉴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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