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반환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다. 1989년부터 이달까지 누적된 기술수출 건수는 140여건이다. 기술수출에 비례해 반환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란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수출 이후 반환에 대비한 계획도 함께 세워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SK바이오팜은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솔리암페톨'을 2000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이전했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권리가 반환됐다. SK바이오팜은 솔리암페톨을 우울증 치료제가 아닌 수면장애 치료제로 다시 개발했다. 2011년 에어리얼바이오파마에 기술수출했다. 에어리얼바이오파마가 2014년 재즈파마슈티컬스에 다시 기술수출했고, 이 회사는 지난해 솔레암페톨을 미국에서 출시했다. 한미약품이 MSD에 기술이전한 LAPS-듀얼 아고니스트도 임상시험에서 혈당을 낮추는 효과는 떨어졌지만, 체중 감소 결과가 우수해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바꾼 사례다.
기술수출과 함께 직접 개발할 수도 있다. 유한양행이 그렇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에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을 총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폐암에 얀센의 이중항체 '아미반타맙을 함께 쓰는 치료요법에 대해서다. 올 4월 임상 2상에 들어갔다.
이와 별개로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을 폐암 단독 1차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고 앞으로 17개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이제는 직접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017년 스위스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사이언스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FcRN'을 5억4000만달러에 기술이전했다. 이후 로이반트가 FcRN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이뮤노반트'에 지난해 1월 500만달러를 투자하며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FcRN는 글로벌 임상 2상을 종료한 상태다.
일본의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도 좋은 사례다. 다케다는 1977년 미국의 애보트와 합작회사인 다케다-애보트 파마슈티컬스(TAP)를 시카고에 설립했다. TAP를 통해 소화기 궤양 치료제 프레바시드와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론을 개발해 출시했다. 이를 통해 다케다는 일본 제약사에서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묵 단장은 "해외 기업과 함께 신약을 개발하면 임상시험 설계, 권위 있는 임상시험책임자(PI)와의 교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선정 및 관리, 임상 데이터 관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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