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사이 거리 재는 '우주 줄자', 새로운 '표준촛불' 후보 발견

입력 2020-08-07 17:13   수정 2020-08-08 02:34

태양은 우리 은하에 떠 있는 2000억여 개의 별 가운데 하나다. 우주엔 우리 은하와 비슷한 은하계가 1700억 개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 은하 사이 거리를 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천문학에서는 ‘표준촛불’을 사용해 은하 간 거리를 측정한다. 표준촛불은 초신성, 변광성 등 고유의 밝기를 가진 천체를 말한다. 밝기는 광원으로부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든다는 원리를 활용한다. 두 배 멀어지면 네 배 어두워진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표준촛불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제1a형 초신성’이다. 제1a형 초신성은 질량이 태양과 비슷하면서도, 지구만큼 크기가 작은 늙은 별이 폭발하는 현상을 두루 말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최근 이 초신성보다 더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한 표준촛불 후보 ‘3C 84’를 발굴했다.

별은 끊임없이 수소를 재료로 핵융합을 일으키며 살아간다. 수십억 년이 지나 수소가 소진돼 수명을 다하면, 온도가 내려가고 내부로부터 수축되며 죽음을 준비한다. 보통 크기의 별들은 수명을 다하면 차갑게 식어 적색거성이 된다. 별의 크기가 태양의 2~3배인 경우는 폭발하면서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때를 초신성이라고 한다. 초신성 폭발 땐 강력한 방사선이 주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에 생물이 진화하지 못하고 멸종한다. 별이 밀집한 곳에선 생물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송나라 역사 기록에 따르면 1054년 초신성 폭발 이후 수개월 동안 낮에 육안으로 그 별을 볼 수 있었고, 밤에도 별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환했다고 전해진다. 우주 전체에선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초신성이 폭발하며, 한 은하계에선 100여 년에 한 번꼴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46억년 전 탄생한 태양도 초신성 폭발 잔해를 일부 포함하고 있는 별이다.

별이 태양의 다섯 배 이상인 경우는 수명이 다하면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은 중심부에 소용돌이 나선(강착 원반)을 생성하고 가스 폭풍 ‘제트’를 분출한다. 천문연이 표준촛불로 새로 발견한 ‘3C 84’는 초대질량블랙홀(질량이 태양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한가운데 있는 페르세우스자리 A은하의 핵이다. 천문연은 ‘3C 84’의 제트가 제1a형 초신성보다 훨씬 밝아 새로운 표준촛불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1a형 초신성을 표준촛불로 쓰면 100억 광년이 넘는 원거리 은하는 관측할 수 없어 크기가 140억 광년인 우주를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표준촛불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솔 펄머터, 브라이언 슈밋, 애덤 리스가 수십 개의 제1a형 초신성을 관찰해 우주 가속 팽창을 증명한 공로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제프리 호지슨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검증한 새 표준촛불은 천문학적으로 가장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연과 연세대, 미국 스탠퍼드대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해당 논문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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