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상장사 패닉' 부른 상장회사법

입력 2020-08-09 18:23   수정 2020-08-11 15:50

지난 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상장기업법)’ 제정안을 발의했다는 내용의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나가자 관련 협회와 단체에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제정안은 2300여 개 상장회사를 ‘따로 더’ 규제하는 법안으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사를 보고 기업들의 전화 문의가 많았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보다 강도 높은 규제 내용에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달 30일 이 의원이 주최한 상장기업법 제정안 공청회에 기업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진보 성향 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토론자로 나섰을 뿐이다.

이 의원 측은 “기업 관련 단체를 초청했지만 불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청회 후 1주일도 안 돼 상장기업법이 발의된 걸 보면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어도 법안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론을 정해둔 요식행위에 들러리 서는 걸 기꺼이 할 기업은 없다.

이 의원은 한경 보도 후 “의무공개매수제가 공정거래법과 충돌할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상장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25% 이상 가지면, 주식 시장에서 공개 매수를 통해 50%를 초과하는 지분 보유를 강제화한 제도다. 한경은 이 제도가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 상향을 추진하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만 보유하면 된다.

이 의원은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을 따르면 된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이 의원 말대로라면 법률상 ‘예외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제정안에서 이런 내용의 예외조항은 찾을 수 없다.

물론 상장기업법은 이제 막 발의됐을 뿐이고,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걸러질 것이란 주장도 타당하다. 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종적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상장사의 처지는 다르다. 상장사의 명운(命運)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법안이 기업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과정도 없이 국회에 제출됐다. 부동산 관련 법 처리 과정에서 마음만 먹으면 무슨 법안이든 처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민주당이다. 소급적용으로 위헌 소지가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의 법안심사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을 좀 안다’는 여당 의원의 법안 발의 자체를 상장사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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