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실무진 생각이 사장 눈높이보다 높다"…역피라미드 경영

입력 2020-08-11 16:59   수정 2020-08-12 00:55


“카드업이란 ‘섬’은 잊어버리자. 카라파고스(카드+갈라파고스)에 빠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카드업의 정의를 새롭게 내릴 시기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2017년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시속 100㎞로 흐르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속 110㎞로 헤엄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업의 돈줄이던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데이터’와 ‘디지털’로 대변되는 카드회사로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3년 뒤 신한카드는 수십 개 정보기술(IT) 사업이 태동하는 ‘인큐베이터’로 자리잡았다. 신한카드는 다음달 발표되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공모에만 13개 사업을 제출했다. 신한카드 직원들과 외부 스타트업이 협력해 고안해낸 아이디어들이다. 신한카드는 지금까지 금융회사 중에서 가장 많은 6개 사업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신한카드 플랫폼인 신한페이판의 가입자 수는 1200만 명에 달한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한 자동차금융의 매출 비중도 7%에서 20%까지 올라갔다.
“보고서는 수기로 한 장만”…30년 은행맨에서 탈피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임 사장은 그룹에서 손꼽히는 ‘일본통’이다. 일본에서 근무한 기간만 11년. 후쿠오카지점과 오사카지점을 거쳐 입사 13년 만인 2000년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임 사장은 2013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과 신한은행 부행장을 겸직하다가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웠을 때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3초(超)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가맹점수수료 제로화를 염두에 뒀다. 핀테크업체들의 공격적인 진출 때문에 업계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그런 카드업계에서 초연결·초협력·초확장으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것이 3초 경영의 의미다. 카드사가 그동안 지켜온 밥그릇을 내려놓고 외부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연결’의 사례 중 하나는 금융데이터거래소다. 신한카드는 카드사가 독점한 결제데이터를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내놨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판매한 곳이 신한카드이기도 하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사업도 임 사장이 미는 분야 중 하나다. 신한카드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 자영업자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첫 금융회사다. 임 사장은 사업 아이디어 보고를 받자마자 ‘카드사가 신용평가를 해도 되느냐’며 반신반의하던 실무자에게 “반드시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개인사업자들의 신용이 재평가되면서 저신용자(7~9등급)의 절반이 중신용자로 올라가기도 했다. 임 사장은 “미래 먹거리는 절대 놓치지 말고, 진출한 사업에서는 반드시 1등을 차지해야 한다”며 “언젠가는 신한카드 이름에서 ‘카드’를 떼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아임벤처스’도 3초 경영의 대표적 사례다. 사내벤처는 원래부터 있었지만 임 사장 때부터 외부 스타트업 및 핀테크사와 손잡기 시작했다. 파트너 선정 심사 때는 내부 임원뿐 아니라 벤처캐피털(VC)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섭외한다. 임 사장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무리 식견이 뛰어나도 10년 넘으면 보는 눈이 좁아진다”며 “외부에서 판단하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업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일 대신 사람을 관리하라”
그는 취임과 동시에 사장실 문턱부터 낮췄다. 임 사장이 참석하는 아이디어 검토 회의에 부부장(차장)과 과장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고 단계 역시 획기적으로 줄였다. 직급별로 보고가 올라가다 보면 아이디어가 망가질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수기로 한 장만 써도 된다. 임 사장은 “아이디어를 놓고 직원들과 토론할 시간도 모자란데, 격식 차리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건 낭비”라고 강조했다.

보고 시간은 토론으로 바뀌었다. 임 사장은 주로 듣기만 한다. 임 사장이 한마디 하는 순간 직원들의 창의성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1시간의 토론에서 그가 말하는 시간은 5분 남짓. 나머지는 임직원 몫이다. 임 사장은 “농담이든 다른 부서 사업에 대한 비판이든 임원들이 자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매번 강조한다. ‘일 대신 사람을 관리해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녹아 있는 회의 방식이다.

대신 회의가 끝날 때 분명히 하는 말이 있다. “누가 얘기했다고는 절대 말하지 말고, 무슨 얘기가 나왔다는 것만 언급하라”고 한다. 지적당한 임직원이 지적한 임직원에게 개인적 감정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장실에 들어가기 전 공부는 필수다. 그는 자동차금융에 집중하기 전 실무자에게 자동차산업의 전후방에 걸친 모든 과정을 시계열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자동차보험부터 주유, 수리, 중고차 등 기존 오토금융 사업모델에 얽매이지 않는 사업을 찾아내려면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임 사장의 생각이다.

그렇게 얻은 지식은 옆 동료와 나눠야 한다. 그래야 조직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임 사장은 ‘커피 두 잔의 원칙’을 강조한다. “동료끼리도 커피를 서로 한 잔씩 타주다 보면 어느덧 신뢰가 쌓이고, 이렇게 쌓인 신뢰는 자연스레 협력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게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조직의 경쟁력이죠.” 신한카드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소통과 협력’ 점수를 반영한다. 그 덕에 신한금융그룹에서 시행한 조직문화진단 결과 신한카드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직원을 떠받치는 사장
임 사장은 직원들의 자발성을 중시한다. 신한카드의 유튜브 광고인 ‘초능력 가족’을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임 사장은 20대 직원 20명으로 광고선정위원회를 꾸렸다. 이들과 함께 광고회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받았다. 여러 광고 시안이 소개됐지만 대다수가 ‘초능력 가족’ 광고를 골랐다. 임 사장은 다른 광고가 마음에 들었지만 뜻을 꺾었다.

그는 “나는 다른 게 낫다고 보지만 여기서는 여러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20대 직원들은 그때부터 임 사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지금 신한카드의 ‘초능력 가족’ 동영상 조회수는 1412만 건에 달한다.

직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사장을 놀고먹게 해달라고 해요. 이거 되게 중요한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면 직원들이 성장하지 않아요. 넌지시 화두만 던지면 직원들이 고민하잖아요. 그러다 3개월이 지나면 제가 생각하기도 전에 보고서를 가져옵니다. 제 눈높이보다 높아진 거죠. 2414명 직원이 이미 제 눈높이보다 위에 와 있습니다.”
■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1960년 충남 보령 출생
△1979년 수원 수성고 졸업
△1986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신한은행 입행
△1993년 오사카지점 과장
△1997년 후쿠오카지점 부지점장
△2000년 신한은행장 비서실장
△2003년 오사카지점장
△2011년 경영지원그룹 전무
△2013년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2013년 WM그룹 부행장
△2016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7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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