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이스라엘·UAE간 평화협약 반대…"UAE의 배신"

입력 2020-08-15 17:39   수정 2020-09-14 00:32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나서자 팔레스타인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합병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일대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 등에선 UAE와 미국 등을 규탄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시위대는 ‘관계 정상화는 배신’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을 벌였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국토·자치권·예루살렘 등 주요 사안을 두고 오랜 갈등 중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령이지만 1976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인 60만여 명이 일대에 정착촌을 건설해 살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UAE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서자 팔레스타인은 '이슬람 동지'에 배신당했다는 반응이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는 이날 "이번 협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배신"이라며 "UAE가 팔레스타인을 팔아먹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UAE를 비판했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은 최근 몇년간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 등 걸프지역 국가, 아프리카 수단 등 중동 외 다른 이슬람문화권 주요 국가들과 유대 관계를 쌓으려는 조짐을 보고 골머리를 앓아 왔다"며 "UAE도 이스라엘과 관계 회복에 나선 것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양국간 공식적 관계가 이렇게까지 빨리 회복될 것으로 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UAE와 '에이브러햄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에이브러햄은 기독교(미국), 유대교(이스라엘), 이슬람교(UAE)에서 선조 격으로 꼽히는 인물인 아브라함의 영어식 이름이다.

이번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은 UAE와 안보·무역·투자·기술·관광 등 각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양국간 대사관과 직항 노선도 서로 개설한다. 이스라엘이 걸프지역 일대 이슬람 국가와 공식 수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E도 1971년 건국 이래 최초로 이스라엘과 손을 잡게 됐다. 주요 외신들은 각각 이란을 견제하는 UAE와 이스라엘이 '공동의 적' 덕분에 손을 잡게 됐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약 26년만에 이스라엘과 이슬람권 국가 수교를 중재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이집트·요르단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1978년 캠프데이비드협정에 따라 관계를 정상화했다. 1994년엔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중동·아랍권에서 이스라엘과 각국간 수교 중재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과 UAE간 협정에 따른 모멘텀을 활용해 더 많은 국가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도록 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상국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중동 언론들은 오만, 바레인, 사우디 등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중 이슬람 수니파 대표국 격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할 경우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일대에선 한동안 서안지구 등을 두고 갈등이 전망된다. 이번 합의에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추가 합병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UAE측도 걸프지역 이슬람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손잡은 이유에 대해 팔레스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는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추가 합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이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자국 방송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합병을 '지연'하는 데에만 동의했을 뿐, 서안지구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합병 계획 자체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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