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주도 닛산-혼다 합병 제안 왜?…佛정부의 인수 차단

입력 2020-08-18 11:11   수정 2020-08-18 11:42


일본 정부가 일본 2~3위 자동차 회사인 닛산과 혼다의 합병을 제안한 것은 프랑스 정부의 닛산 인수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자국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 틈바구니에서 해외 자본에 팔려나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향후 업계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정부가 작년 말 닛산과 혼다에 합병을 제안했으나 두 회사가 거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정부 내에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업체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어 정부 주도의 재편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촉각을 세우게 된 계기는 프랑스 정부의 노골적인 접근이다. 르노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는 2014년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는 의결권을 두배로 주는 프로랑쥬법을 제정했다. 프로랑쥬법으로 르노의 실질 의결권을 30%로 늘린 프랑스 정부는 이후 자국산업의 보호·육성을 명분으로 르노의 일본 연합사인 닛산을 영향력하에 두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018년 11월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이 체포된 이후 일본과 프랑스의 주도권 쟁탈전은 표면화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은 르노가 닛산에 통합을 제안했다. 닛산의 거부로 두 회사의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일본과 프랑스 정부가 관련된 재편 가능성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전기자동차(EV)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닛산을 해외자본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일본 정부와 르노로부터 경영 독립을 유지하려는 닛산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문제는 독자생존 가능성이다. 지난해 6712억엔(약 7조5256억원)의 적자를 낸 닛산은 올해도 6700억엔의 손실이 예상된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는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의 자금력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몸집불리기를 시작했다. 지난 15일 글로벌 8~9위 자동차업체인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은 회사를 합쳐 ‘스텔란티스’라는 거대 자동차 회사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합치면 혼다를 누르고 세계 6위 자동차 회사가 된다. 세계 2위와 7위 업체인 폭스바겐과 포드도 지난해 말 글로벌 시장에서 제휴하기로 합의했다.

8개의 자동차 업체가 난립한 일본은 도요타자동차의 독주 체제가 선명해지고 있다. 나머지 7개 업체는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자동차 산업이 일본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나머지 7개 업체의 보호는 '제조강국 일본'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일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매출은 18조1000억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3%를 차지했다. 제조업 품목 가운데 가장 크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체 취업인구의 8.2%인 546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 16조7000억엔어치를 해외에 팔아 일본 수출총액의 20.5%를 차지했다.

자국 자동차 산업을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일본 정부가 보기에 8대 메이커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사와 지분 제휴관계가 없는 혼다는 닛산과 통합하기에 최적의 파트너일 수 있다. 닛산이 르노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혼다와 합병하면 단숨에 도요타, 폭스바겐에 맞먹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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