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전자상거래 마을

입력 2020-08-18 17:48   수정 2020-08-19 00:19

대한민국 현대사는 ‘촌놈’들의 서울 정복사다.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는 가족사가 집집마다 있다. 출세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서 도시로, 도시로 몰려나왔다. 도시는 성공의 상징이었다.

코로나19가 이런 선남선녀들의 소박한 꿈을 옛날얘기로 만들어버렸다. 도시의 삶이 송두리째 의미를 잃는 시절이다. 모여 있으면 안 되고 접촉을 피해야 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은 밀집공간인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가 늘면 도심에 살 필요가 없어져 도시 집중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도시 탈출 현상까지 벌어질 조짐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고, 트위터는 급기야 ‘평생 재택근무’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회사가 자리한 도시의 월세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근교로, 시골로 옮겨가는 것이다.
'재택근무에 좋은 곳' 이란 가치
국내에서도 재택근무는 더 이상 임시 대안이 아니다. 그제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가 내려지자 SK텔레콤 KT 카카오 네이버 등 유명 기업들이 곧바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것을 보면 이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업체는 아예 근무지를 자택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결국 직장인들은 회사에 꼭 나올 필요가 없고, 그래서 직장 가까이 살 일이 없어졌다. 쾌적한 환경을 찾아 전원도시로, 나아가 시골로 내려가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아이들 교육 문제가 골칫거리였는데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홈스쿨링이 차라리 나을 것이란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시골 마을에 노인만 남았다고 푸념해온 지방자치단체들이 눈여겨볼 지점이 여기다. 도시에 지친 직장인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재택근무하기 좋은 곳’이란 광고를 내거는 것이 어떨까.

문제는 재택근무가 끝난 뒤에도 이들이 계속 할 일이 있느냐다. 농촌에도 ‘귀농귀촌’이 목표가 아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4300곳 넘는 중국 타오바오村
지금 이 시점에서 고려해볼 만한 것이 ‘전자상거래 마을’이다. 이미 코로나 때문에 유통시장이 빠르게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전자상거래는 날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의 성격상 지역적 제한은 사실상 없다. 지자체장들이 관심을 기울여 특정 마을을 5세대(5G) 공간으로 조성해준다고 해보자. 집집마다 인터넷이 ‘빵빵’ 터지고, 괜찮은 사양의 컴퓨터가 제공되면 더욱 좋다. 촬영장비와 조명 시설 같은 것은 동대문 상가에서 하듯이 공용으로 쓰면 된다. 전자상거래라면 지역이 별로 불리할 게 없다. 특히 농수축산물은 산지에 가까운 이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지닐 수도 있다.

이미 사례가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이 2009년 시작한 타오바오촌(村) 프로젝트다. 타오바오촌은 한 마을에 등록된 온라인 쇼핑몰이 전체 가구 수의 10% 이상이고 거래 규모가 1000만위안(약 17억원) 이상인 마을이다. 2019년 6월 기준으로 타오바오촌은 4300개가 넘는다.

지자체들이 정보화마을 사업을 이미 벌여 농촌 IT 환경도 많이 개선됐다. 여기에 비즈니스 개념을 갖고 e커머스 업체들과 제휴해나가면 새로운 상생모델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뒤바뀌고 있다. 도시생활이 위험한 것이 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이런 기회에 도시와 농촌의 균형이 조금은 더 맞춰지고 전국적인 디지털 전환의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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