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잠수함 천국'…한국, 핵잠 건조 능력은?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0-08-20 10:16   수정 2020-08-20 10:21


우리나라 동해의 평균수심은 1700m다. 가장 깊은 곳은 3742m에 이른다. 면적도 넓다. 한반도 전체의 약 8배인 100만㎢나 된다. 바다 밑 지형이 험하고,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서는 직경 100㎞가 넘는 거대한 ‘난수성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이런 곳에서는 음파탐지기가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

그래서 동해는 ‘잠수함 천국’으로 불린다. 아무리 덩치 큰 핵잠수함도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기 위해 만든 고래(신포)급 잠수함을 동해에서 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잠수함은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소용돌이 주변에 엔진을 끄고 숨었다가 해류를 따라 움직이곤 한다. 미국·러시아·중국·일본 잠수함도 동해로 몰려든다.
핵잠 보유국은 미·러·중 등 6개국
잠수함은 재래식 추진 동력을 쓰는 디젤 잠수함과 원자력 연료를 쓰는 핵잠수함으로 나눌 수 있다. 핵잠수함의 잠항 속도는 최대 시속 46㎞로 디젤 잠수함(시속 16~17㎞)보다 훨씬 빠르다. 원자력 에너지로 물과 공기까지 만들 수 있어 몇 달씩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잠행할 수 있다.
핵잠수함에는 핵추진 잠수함(SSN)과 전략핵잠수함(SSBN)이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탄두가 장착된 SLBM이나 순항미사일을 탑재한다. 연료는 저농축우라늄(농축도 20% 미만)을 이용한다. 핵공격 능력은 없다. 핵무기는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전략핵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에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다량 탑재한 것으로, 히로시마 원폭(20kt)보다 수백~수천 배 위력을 자랑한다. 미국의 오하이오급(1만9000t), 러시아의 타이푼급(2만6000~4만8000t), 중국의 진급(1만1000t) 등 1만t 이상의 배수량을 갖췄다. 핵잠수함을 운용 중인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6개국이다.

중국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장착한 핵잠수함과 비핵잠수함을 합쳐 60척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크고 작은 잠수함 80여 척을 갖고 있다. 대부분은 재래식이지만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기술을 갖고 있다. 일본은 비핵잠수함만 22척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00t 규모의 소류급 잠수함은 비핵잠수함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소음이 가장 작아 ‘공포의 잠수함’으로 불린다.
한국, 4000t급 핵추진 잠수함 3척 추진
우리나라는 3000t급 이하의 비핵잠수함 18척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방부는 4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을 공개했다.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30년대 초·중반까지 3000~4000t급 잠수함 9척이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이 가운데 3척이 핵추진 잠수함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크다. 여기에는 기존의 디젤 엔진이 아닌 원자력 엔진이 탑재될 전망이다. 배수량이 늘어나는 만큼 SLBM 등 무장 능력과 잠항 능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핵추진 잠수함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중간에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설계·기술 충분…대우조선 건조 가능성
우리나라는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이미 다 갖추고 있다. ‘잠수함 원조국’으로 불리는 독일에 버금갈 정도의 설계·건조 실력을 갖고 있다. 핵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제작 기술도 충분하다.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국산 소형 원자로로 30~40년간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비용은 척당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한국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설계기술 인력은 500명이 넘는다. 건조설비도 가장 크게 갖추고 있다. 장보고-Ⅲ급(3000t) 등 국내 최대 규모 잠수함을 만든 경험도 있다.

우리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북한의 잠수함 전력을 일거에 앞지르게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주변 강국들의 잠재적인 위협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잠수함 천국’인 동해의 바다 속 주도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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