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암은 예방하는 질병

입력 2020-09-02 17:35   수정 2020-09-03 00:04

“암은 도대체 언제 정복됩니까?”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1987년 일본에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국립보건원(NIH) 암연구소에서 암 공부를 시작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자주 듣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암 정복은 요원한 것 같다.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경우 1971년 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러나 암 환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암 연구를 위한 국제기구인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2018년 1년 동안 세계에서 1700만 명의 암 환자가 새로 발생했고, 95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 증가와 고령화로 2040년에는 2750만 명의 새로운 암 환자가 발생하고,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163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암은 여전히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미국암학회의 ‘암진행보고서’)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암 정복은 불가능한 걸까? 몇 해 전 의학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암 발생은 환경적이거나 유전적 요인보다는 ‘불운(不運)’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사람의 세포는 살아있는 동안 조직 재생을 위해 끊임없이 분열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쩌다 돌연변이가 생겨 암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이었다. 3개의 암 중 2개가 이런 ‘불운으로 인한 돌연변이’라고 논문은 주장했다. 한마디로 운이 없으면 암에 걸린다는 얘기다.

물론 이 발표는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세포 분열 시 유전자가 복제될 때 잘못된 정보를 고쳐주는 ‘수복기능’이 나이가 들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이 ‘불운 이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이 불운의 타깃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것일까. 암 전문가들은 “암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하는 질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방이 곧 대책이라는 말이다. 특히 ‘불운’으로 인한 암은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폐암 사망률의 약 80~90%는 흡연이 원인이라고 한다.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 알려진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 방지, 예방접종, 정기 검진 등의 예방 활동이 암을 막아준다. 2017년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선 예방을 통해 암으로 인한 사망을 32% 정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운’이긴 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젊어서부터 철저히 예방한다면 암으로 인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암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고 인간을 괴롭힐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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