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침해 논란에도…부동산감독기구 끝내 강행

입력 2020-09-02 17:07   수정 2020-09-28 16:3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시장 교란행위 차단 조직을 강화한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설치하겠다”고 2일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감독기구를 이른 시일 안에 구성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23일 만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 2월 국토부 산하 임시조직으로 출범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확대 개편해 이상 거래 분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대응반에 국토부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 나온 13명이 전부지만, 정부는 인력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부동산거래분석원에 수사 등을 목적으로 개인금융과 과세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기구는 개인의 부동산거래를 들여다보는 게 주업무여서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모가 자녀 전세금 보태준 것도 단속하나…무차별 정보수집 우려
정부가 설립하기로 한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은 지난 2월 7개 기관 13명으로 출범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의 확대판이다. 이상거래와 불법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적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일단 투기, 불법거래, 교란행위 등을 주로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투기 거래 자체가 구분이 안 되는 만큼 개인의 거래 상당수를 감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융과 과세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사실상 ‘빅브러더’가 될 것이며 베네수엘라 정도를 제외하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통제기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설치돼 있는 불법행위대응반은 특별사법경찰관 7명과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각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임시조직이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거래 조사권한을 부여받아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실거래 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 거래를 모니터링하면서 불법행위 여부를 적발한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임시조직인 대응반을 상설조직으로 확대 개편하는 형태로 설립된다.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과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를 조사하는 자본시장조사단의 사례를 감안하면 9억원이 넘는 주택 거래를 감시하고, 불법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 관계법 위반에 대해선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법 위반은 적발 즉시 검경에 고발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개인의 금융과 과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부여된다. 정부는 금융 및 과세 정보와 부동산 거래 정보를 결합하면 불법행위 여부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법률은 이달 제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원을 넘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모니터링 대상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부가 국민 다수의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판단할지도 미지수다. 예컨대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융통해주는 행위도 이상거래 행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증여세 포탈 혐의를 씌울 수 있어서다. 현재 세법은 성년 자녀의 경우 5000만원, 미성년 자녀에겐 2000만원까지만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통상 한국에선 자녀가 결혼할 때 전세 보증금으로 부모가 1억~2억원가량을 대주는 게 관행이다. 국세청도 이를 단속하지는 않는다. 증여세 포탈 범죄자가 너무 많이 생겨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전세 거래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관행이 깨지게 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석원이 설립되면 국가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대다수 부동산 거래가 감시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행위를 모두 점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법률에 담겠다”고 말했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감독 기능에 대한 중복 우려도 나온다. 현재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는 경찰청과 특사경(국토부, 서울시, 경기도)이 담당하고 있다. 불법전매, 청약통장 거래, 무등록 중개, 집값 담합, 토지거래허가 위반 등을 조사한다. 기획부동산과 같은 부동산 사기 행위는 경찰에서 수사한다. 또 탈세와 관련된 부분은 국세청, 대출규제 위반은 금감원에서 맡는다.

실거래 조사는 9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 대해선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의 지원을 받아 조사하고, 미만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감독기구가 등장하면 업무 분담과 책임소재 등을 두고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는 상황에서 감독 기구를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더 심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진규/최진석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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