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떨어졌다던 '마래푸'에 전화해 봤습니다 [김하나의 R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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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09 07:06   수정 2020-09-09 10:07

3억 떨어졌다던 '마래푸'에 전화해 봤습니다 [김하나의 R까기]


부총리 믿고 부동산에 전화한 썰 푼다.

"(전용 59㎡ 매매) 11억 짜리 물건 있나요?"

"(전용 114㎡ 전세) 그 정도 가격대는 없죠. 여기 대단지여도 물건이 없어요."

이렇게 목적어 없이 몇 마디를 나누다가 전용 59㎡ 매매라고 짚고 넘어가자 전화기 너머 놀란 목소리가 나왔다. "무슨 소리세요? 15억까지 나온 매물도 있는데 11억이라니요."

전화를 거는 곳마다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말도 안되죠", "뭘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오후 5시께 되서야 물어본 곳에서는 기자의 심정을 그나마 알아줬다. "오늘 뭐 기사 나왔다고 하던데, 동네가격이랑 아무 상관없어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반포자이 주변의 공인중개사들의 반응은 이처럼 한결같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분명히 말했다. "8·4 공급대책 이후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서초 반포자이·송파 리센츠·마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노원 불암현대 등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실거래 하락 사례를 들었다. 서초구 반포자이(84.94㎡)는 7월 초 28억5000만원(25층)에서 8월 중 24억4000만원(18층)으로 4억1000만원 하락했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59.92㎡)도 7월 중 14억원(4층)에서 8월 초 11억원(7층)으로 3억원이 내려갔다고 했다. 송파구 리센츠(27.68㎡)와 노원구 불암현대(84.9㎡)도 비슷한 기간동안 각각 2억2500만원, 9000만원씩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를 믿은 게 문제일까? 부동산에 전화한 게 문제일까? 정확한 통계를 위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접속했다. 홍남기 부총리의 말대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의 전용 59㎡는 지난 7월에 14억원에 거래됐지만, 8·4대책이 시행된 후인 8월6일에 11억원으로 3억원 떨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건 4일 후에 다시 14억원에 거래가 체결됐다는 점이었다.

부총리의 계산대로라면 8·4대책의 효과로 24일 만에 집값이 3억원 떨어져서 안정을 찾고 있었는데, 어떤 투기꾼의 거래로 4일만에 3억원 폭등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나중에 나온 14억원이 허위숫자일 경우만 해당된다. 하지만 시장은 홍 부총리의 계산과는 딴판이었다. 8일 나와있는 전용 59㎡의 매물의 최저가는 13억3000만원인데, 이는 1층 매물이다. 남향에 중층 이상의 매물은 14억원부터 매매가가 형성됐다.

공인중개사들은 11억원 매매는 다운계약이나 증여, 지인들간의 매매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친족간의 거래라는 얘기도 있다. 이른바 정부가 강조하는 조사대상인 이상거래가격이라는 얘기다. 14억원을 정상거래로 보는 게 맞다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단지의 전용 84㎡와 114㎡는 지난달 각각 17억1000만원, 18억9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84㎡는 2개월 전 신고가보다 1억원이 오른 매매가였다. 이처럼 집값이 상승중인데, 전용 59㎡에서 나홀로 3억원이 빠졌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보름 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발언이 떠올랐다.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은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7월 통계는 법이 통과되기 전에 거래된 것이기에 법 통과 이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됐고 이 효과가 8월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8월이 지나야 통계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서는 "일부 몇개 아파트를 모아서 봤을 때 10억원이 넘은 것인데 서울 전체 통계인 것으로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후속보도를 통해 서울에서 10억원의 매매가를 배출한 아파트 단지는 강남 3구를 제외하고도 100개 가까이 된다는 조사가 나왔다.

김 장관이 예견했던 8월 통계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담한 것처럼 집값과 전셋값은 안정세를 찾는 숫자가 필요한 시기다. '14억원'은 같은 숫자다. 중간에 낀 '11억원'이 다른 숫자다. 그런데 같은 숫자에서 하나는 빼고 하나는 더해서 해석하고 있다. 입맛에 맞지 않는 가격은 '신뢰할 수 없는 통계'이고 정책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숫자는 '정부 보도자료에 넣는 공식통계'가 됐다.

정부가 부동산 통계를 쓰는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자기 비위에 맞으면 좋아하고 맞지 않으면 싫어한다는 의미다. 속이 뻔히 보이는 태도를 일컫을 때도 사용된다. 통계가 마음에 안 들면 '왜곡'을 주장하고 자랑하다시피 내놓은 통계에 대해 지적하면 '팩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같은 시장가격을 두고 내 맘대로 해석은 시장의 변곡점 시기에 더욱 갈렸다. 지난해 12·16대책 이후 강남의 집값을 두고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붙기도 했다. "전세 살지 말고 내 집 마련하라"며 상승을 점치는 유튜버들은 '일시적인 위축'이라며 오히려 매수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시장은 투기꾼들이 좌우하고 있고 가격은 거품이다"라는 주장을 펼치는 유튜버들은 '하락의 신호'라며 조금 더 기다리면 집값이 더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반년 이상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일시적인 위축에 가까웠고, 집을 사지 않은 무주택자들은 전셋값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정책에 피로도가 높아졌다. 정부는 각종 규제와 대책들을 쏟아낼만큼 쏟아냈고 국회는 통과시킬만큼 통과시키고 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지금이 '시장을 이기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통계발표는 신중해야 하고, 가격의 해석을 섣불리 했다가는 화를 자초할 수 있다.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경찰청장, 금감원장, 국세청장, 금융위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공권력의 입김이 있는 회의테이블에 나온 가격통계가 이런 모양새다. 수퍼컴퓨터로 분석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제발 전화 한 통만이라도 해보고 테이블에 올리길 바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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