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1% 기준 자의적? 통신사 백본망으로 측정할 수 있다"

입력 2020-09-09 12:13   수정 2020-10-09 00:32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되면서 인터넷 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일방적인 의무전가라고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 역시 업계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과기정통부가 8일 발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은 서비스 안정화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의 기준으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일일 이용자가 100만명이 넘는 사업자로 정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5개사가 해당된다.

이들은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및 서버 구성을 다중화해 트래픽이 쏠리지 않도록 하고 이용자 특성에 맞춰 최적의 해상도를 설정해 콘텐츠 전송량을 최적화하는 조치 등이 해당된다. 또 회선용량 증설이나 중계접속 허용 등이 필요할 경우 인터넷사업자(ISP)와 협의하고 트래픽 경로 변경 등은 사전에 통지하라고 규정했다. 이와함께 매년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조치 이행 현황에 대한 자료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내용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업계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일방적으로 의무를 전가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트래픽 1% 등은 기준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트래픽 1%' 기준은 현실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측의 입장이다. 우선 트래픽 양은 통신사의 백본망을 통해 실제 소통되는 트래픽을 측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연구반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국내 통신3사(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의 백본망 소통량의 합한 결과 국내에서 가장 일평균 트래픽 양이 많은 업체는 구글이다. 하루 평균 트래픽 비중은 23.5%를 차지한다.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가 약 5%로 2위로 조사됐고 페이스북(4%), 네이버(2%), 카카오(1.3%) 순으로 트래픽양이 많았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3대 글로벌 기업이 국내 트래픽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시행령 준비과정에서 트래픽 기준은 다양하게 거론됐다. 전문가그룹은 0.5%를 제시했고 네이버는 5%, 카카오는 3%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 이상을 기준으로 글로벌 업체 3곳만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두곳이 포함되는 기준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서비스 안정 의무를 법제화하는데 국민 대부분이 이용하는 국내 인터넷 기업 두 곳이 빠지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정부는 100만 가입자 해당 여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100만 가입자 확인하고 해당기업에 통보해 의견 접수한 뒤 최종 대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트래픽 기준은 통신사 백본망을 통해 총 트래픽 및 CP별 트래픽양을 제출받은 뒤 역시 해당기업 통보, 의견 접수 이후 최종 대상 확정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항목에 트래픽 양이 포함돼있어 부가통신사업자가 트래픽양을 제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 논란, 부담 가중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네이버, 카카오는 이미 국내 ISP와 망 연동계약이 돼있어 매해 수십억원대의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도 운영 혹은 추가할 예정이어서 서비스 이행 조치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김 과장은 "국내 사업자들은 서비스 이행조치를 충실히 하고 있어 추가적인 의무는 거의 없다"며 "시행령 내 언급된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조치는 5개 주요 CP로부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항들을 제출받아 공통적으로 운영하고 필수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적 설비 구매를 강제하는 것이 아닌만큼 과도하고 형평에 어긋났다는 주장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터넷 업계는 금전적 비용 뿐 아니라 행정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을 통해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법 영향력 아래에 들어오는 효과는 있지만 그를 위해 이미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도 매해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부담이 주어졌다"며 "구글, 넷플릭스만 잡을 수 없으니 국내 기업도 같이 맞으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의무 논란은 2016년 페이스북이 일방적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하면서 촉발됐다. 페이스북은 2016년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이용료 협상을 진행하던 도중에 접속경로를 국내 KT 서버에서 홍콩·미국 등 해외 망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다. 이로 인해 이듬해 6월까지 약 6개월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환경에서는 사진과 동영상 재생이 불편하다는 소비자 민원이 몰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법상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에 대한 사실조사를 거쳐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CP의 서비스 안정화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행정소송은 오는 11일 2심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에게도 서비스 안정의무가 적용되는 이번 개정안이 12월 10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이번 2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다음달 예정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관련 재판에도 직접적인 근거로 활용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다만 서비스 안정화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긴만큼 추후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협상에 근거로 활용될 수는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법이 시행 되면 매년 적용 대상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사업자라도 사업 규모가 커져 기준이 충족되면 새로 대상으로 적용되고 기존 사업자라도 이용자수나 트래픽이 감소하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김 과장은 "입법예고 등 향후 입법절차 과정에서 사업자들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해 필요하다면 시행령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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