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20만원에 산다"…없어서 못 파는 'B급' 제품들

입력 2020-09-10 08:22   수정 2020-09-10 15:52



상품의 급이 정상품 대비 떨어진다고 치부되는 소위 'B급' 하자 상품이 귀한 몸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알뜰 소비족이 늘어나면서다. 흠집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전시·반품 상품을 판매하는 리퍼브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농산물 시장에서도 '못난이'(폐품) 바람이 불고 있다.
리퍼브, 정품보다 최고 70~80% 할인 판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진출 6주년을 맞은 '가구 공룡' 이케아는 올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중고 거래 사업을 제시했다. 일명 '바이백'서비스라 불리며, 고객이 사용하던 이케아 가구를 매장에 재판매하면, 이케아가 이를 수선해 다시 유통시키는 구조다. 고객은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 가능한 물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콧대 높은 이케아가 중고거래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환경, 착한 소비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B급' 제품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고객이 쓰던 중고 상품을 포함해 하자·흠집 등으로 판매할 수 없었던 리퍼브 제품도 인기다. 리퍼브 제품은 이른바 불량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제 정품보다 40~50%, 최대 70~80% 저렴하게 판매된다. 100만원짜리 정상 제품도 어느정도 하자를 감내하면 20만원에도 살 수 있는 셈이다.

경기 불황에 알뜰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들이 실용적 소비를 지향하는 점을 발빠르게 반영한 것이다. 합리성을 강조하는 MZ세대는 필요한 성능과 만족감을 준다면 리퍼브 제품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롯데쇼핑은 아울렛 매장 내에 리퍼브 전용 제품 매장을 속속 도입했다. 현재 롯데아울렛 광명점에선 재택근무족을 잡기 위한 노트북 리퍼브 제품을 판매 중인데 정상가 95만9000원인삼성노트북 9을 53% 할인된 45만9000원에 만나볼 수 있다. 157만9000원인 LG 올데이 그램 노트북은 44% 할인된 89만9000원에 판매한다. 59만9000원인 삼성노트북 코어 i5는 29만9000원에 51%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이천점과 롯데아울렛 광교·광명점 등 네 곳에서 리퍼브 용품 전문점인 '프라이스 홀릭' '올랜드 아울렛' '벤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당초 리퍼브 매장은 팝업스토어로 한시적으로 진행했다가 반응이 너무 좋아 현재는 정규 매장으로 운영 중"이라며 "기대보다 제품 상태가 깨끗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보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못 생기면 어때"…못난이 채소·과일 인기
B급 상품에 대한 관심은 가구 가전 생활용품 뿐 아니라 먹거리에도 확산하고 있다. 못생기거나 흠집이 나 상품성이 떨어졌던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못난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지난해 12월 방송된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SBS '맛남의 광장'에 출연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못난이 감자' 판매를 부탁했고 정 부회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이마트에선 못난이 감자 30톤이 판매됐다.

당시 못난이 감자 판매 가격은 900g당 780원으로, 일반감자의 3분의 1 정도 가격에 불과했다. 방송을 통해 화제거리가 되고 가격도 저렴하자 못난이 감자는 이틀 만에 완판되며 '대박'을 쳤다. 이후 이마트는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4월)' '못난이 왕양파(7월)' 를 시세 가격의 절반에 내놓으며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추석을 앞두고 이날부터는 못난이 홍로 사과(경북)와 신고배(전주)도 저렴하게 선보인다.

연이은 장마·태풍에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B급 농수산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채소와 과일류는 상품 질(質)은 하락했지만 가격은 크게 올랐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추석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40만4730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추석보다 8만270원(24.7%)이 더 필요한 수준이다.



편의점에서도 리퍼브 농산물 판매에 팔을 걷어부쳤다. 피해를 본 농가를 돕고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다. 지난 3일 세븐일레븐은 우박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경남 지역에서 생산된 '우박 맞은 사과'를 출시했다. 이른바 못난이 사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시중가 대비 4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세븐일레븐 측은 "우박 피해로 겉 표면에 경미한 흠집이 있으나 맛과 크기 등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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