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플랫폼 노동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20-09-14 09:00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소리 없는 동력원이다. 전체 노동자의 아주 일부가 주문형 플랫폼 기업을 위해 일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통적인 일자리 대부분이 문을 닫은 오늘날 플랫폼 노동을 통해 일상생활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는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국가를 막론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감염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무의 성격상 대부분이 재택근무가 불가능하고, 자가격리의 여유가 없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취약한 플랫폼 노동자
일반적인 임금근로자는 아프면 언제든지 병가를 낼 수 있다. 계약에 의해 병가 중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재정적인 지원을 한다. 하지만 일한 만큼 벌고, 재무적 회복탄력도가 낮은 플랫폼 노동자는 아프다고 편하게 쉴 수 없다. 영국 왕립인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현재의 소득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생활비를 밀리지 않고 살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이하거나 최대 두 달이다.

재택근무도 불가능하다. 플랫폼을 통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건을 나르고, 음식을 배달하는 일은 집에서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홈스쿨링이 장기화되면 이들 플랫폼 노동을 주업으로 삼는 가정은 심각한 소득 감소를 경험한다. 케임브리지 경제학자들이 시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연간 2만달러 미만을 버는 노동자들은 4만달러 이상 소득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절반에 불과했다.
독립계약자로서의 플랫폼 노동자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이들이 위기에 취약한 근간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계약상 플랫폼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계약자라는 점이 있다. 플랫폼 기업은 ‘규제차익’을 누리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고 독립계약자 형태로 다시 고용한다. 규제차익이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규제당국에 숨겨 법을 회피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용자는 노동자를 통제하는 혜택을 누리는 대신 노동법의 규제(최저임금, 휴가 등)를 받지만 독립계약자로 관계를 맺으면 책임과 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수요와 공급 모두를 유인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급이 수요보다 크도록 설계돼 있다. 우버 운전자가 많아야 가장 가까운 차량에 승객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긱(gig) 노동자들이 오랜 노동시간과 낮은 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게다가 독립계약자 지위로 인해 모든 비용까지 부담하니 개별노동자와 사회 전체는 손실을 경험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한편, 플랫폼 기업은 근로자를 독립계약자로 고용함으로써 높은 가격과 책임의 회피를 통해서도 이익을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기존 시장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훨씬 싼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지만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가 높아진 뒤엔 이런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올라가도록 설계된 우버의 탄력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우버의 경제연구 책임자였던 키스 첸은 인터뷰를 통해 우버는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배터리 수준을 살펴볼 수 있어 배터리 잔량이 적은 사람에게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플랫폼 기업은 책임을 회피한다. 2014년 1월 당시 네 살이던 소피아 류가 우버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우버 측은 단지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줬을 뿐 책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언론의 거센 비판으로 우버는 한발 물러섰지만 법의 처분이 아니라 우버와 부모 간 공개되지 않은 금액으로 합의했다.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 회복
미국에서 시작된 이런 플랫폼 기업의 운영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할 희망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소비자 역시 이전에는 너무 비싸서 이용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앱 하나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이익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돼 낭비됐을 시간과 자산이 더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싼 가격에 제공하는 대가가 플랫폼 노동자의 잉여를 줄인 결과라면 논의의 초점이 달라진다. 그리고 역동적인 알고리즘을 활용해 독점에 가까워질수록 저렴하고 좋은 서비스는 비싸고 질 나쁜 서비스로 한순간에 변모할 우려도 존재한다. 플랫폼을 통해 경제활동이 늘어나 전반적인 이득이 발생할 수 있지만 분배 측면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분야에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존재하고, 독립계약자인 플랫폼 노동자의 개별 상황도 모두 다른 탓에 단편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다 큰 시각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책임이 플랫폼 노동자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에 귀속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볼 수 있는 시각이 뒷받침돼야 한다. 플랫폼을 규제할 새로운 법률 제정 논의가 한창인 지금, 기업과 근로자 어느 일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모두에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 경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 포인트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는 경제는
위기 발생하면 취약점 드러내
노동자·기업 포용하는 지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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