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산불 사망자 31명…"실종자 많아 사망자 더 늘수도"

입력 2020-09-13 21:06   수정 2020-09-13 21:08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 해안의 3개 주(州)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현재까지 3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주간 산불을 외면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4일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NN 방송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 지역을 매연으로 뒤덮으면서 진화와 실종자 수색 작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31명으로 늘었다고 AP통신은 집계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20명, 오리건주에서 10명, 워싱턴주에서 1명의 사망자가 각각 발생했다. 이 중에는 워싱턴주의 1살배기 남자 아기와 불에 탄 차 안에서 개를 끌어안은 채 숨진 13살짜리 오리건주의 소년도 있다.

다만 실종자들이 많아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리건주에서 50만명에 대피명령이 내려진 것을 비롯해 수십만명이 화마에 집을 잃으면서 갈 곳 없는 처지가 됐다. 오리건주 방재당국은 잿더미에서 시신 발굴이 이어지자 "대형참사"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 서부 산불과 관련한 브리핑을 위해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아이다호·몬태나주를 포함한 미 서부 지역에서는 약 100여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서부 3개 주의 피해 면적만 따져도 1만9125㎢로 대한민국 국토 면적(10만210㎢)의 약 5분의 1(19.1%)에 해당한다.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대기질 감시 서비스 '에어나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대부분 지역과 아이다호주 일부 지역은 산불로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변하면서 대기질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AP통신은 오리건주 주도인 세일럼의 대기질이 512를 기록해 0∼500까지인 기존 계측 범위를 넘어서 1985년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 의사들은 산불로 인한 연기가 사람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 역사상 피해 규모가 1·3·4위에 달하는 대형 산불 3건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등 24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이 포개지며 산불의 확산을 부채질해 피해 규모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310만에이커(약 1만2천545㎢)로 불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과 견줘 26배에 달하는 것이자 대한민국 영토의 12.5% 규모다.

건물도 3900채 이상이 파괴됐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 북쪽에서 번개로 시작된 '노스 복합 화재'는 지금까지 25만2000에이커(약 1020㎢)를 태운 가운데 2018년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패러다이스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존재론적 기후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며 "이 지역(패러다이스)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을 본 게 불과 2년 전인데 지금 또 다른 산불이 불과 몇 마일 밖에 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이번 산불이 진화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100만에이커(약 4047㎢) 이상이 불탄 오리건주에서도 겨울 우기가 될 때까지 최소 8건의 대형 산불이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당국은 예상했다. 오리건주는 특히 대규모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전날까지 이 주에서 나온 산불 사망자는 6명에 그쳤으나 주 비상관리국 국장 앤드루 펠프스는 불에 탄 건물 수를 고려할 때 대규모 사망자가 나올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 서부의 잭슨·레인·매리언카운티에서는 많은 실종자가 신고된 상황이다. 오리건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치크리크 화재'는 지금까지 18만6000에이커(약 753㎢)를 태우면서 여러 마을을 폐허로 만들었다. 라이언스에 사는 모니카 개리슨은 "우리 블록에는 집이 29채 있었는데 지금은 10채만 남았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비치크리크 화재가 인근의 '리버사이드 화재'와 합쳐지기 전에 이 산불의 확산을 늦추려 애쓰고 있다. 리버사이드 화재는 지금까지 13만에이커(약 526㎢)를 태웠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주민 4만여명에게 대피령이 떨어졌고, 약 50만명에게는 일종의 대피 준비경고가 내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의 산불 상황도 최근 5일 새 크게 악화하며 주 역사상 두 번째로 최악의 산불 시즌이 됐다고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전날 밝혔다. 지금까지 피해 면적은 62만6000에이커(약 2533㎢)다. 워싱턴주에서는 16개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주 동부의 작은 마을 몰든은 소방서·우체국·시청·도서관을 포함해 전체 건물의 80%가 산불로 전소했다. 한 관리는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주 동부의 스포캔 인근 시골 마을에선 1살짜리 남자아이가 산불에 희생됐다. 이곳의 별장을 찾았던 이들 가족은 한밤중에 산불이 덮치자 차를 버리고 강에 뛰어들었다. 엄마와 아빠는 강에서 구조됐지만 아기는 살아남지 못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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