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 거 알지만 산다"…'앞광고'에 지갑 여는 소비자들 [민지혜의 패션톡]

입력 2020-09-19 08:52   수정 2020-09-19 10:32

이달 1일부터 '뒷광고'가 금지됐습니다. 협찬을 받은 제품을 마치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의 후기)인 것처럼 게시하면 처벌받게 됐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시행하면서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한 유튜버들도 쏟아져나왔습니다. "그동안 뒷광고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점 사과드린다"는 영상을 남긴 채.


지난 18일 '포니'도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올렸습니다. 구독자 576만명을 보유한 포니는 대표적인 인기 뷰튜버(뷰티+유튜버)입니다. 이 동영상의 핵심 내용은 "2019년 2월, 3월, 5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올린 C사 미용기기 영상에서 미백, 홍조, 다크서클, 피부재생과 진정, 여드름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였다. 허위 과대 광고 이슈에 대해 어떤 설명이나 사과 없이 영상을 삭제한 점 사과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포니는 이어 "C사와 제 소속사간 계약이 체결된 뒤 실제 사용했을 때 불편한 부분이 없었고 검색해봤을 때도 과장이나 허위 내용이 없어서 요청받은 콘티대로 진행했다"며 "지난해 5월 계약이 종료된 시점까지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더 조심스럽게 했어야 했는데 부족하고 면밀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드렸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협찬과 관련해 '사과 영상'을 올린 건 포니뿐만이 아닙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 가수 겸 유튜버 강민경 씨 등을 시작으로 도티, 양팡, 도로시 등 유명 유튜버들이 사과를 했고 먹방 유튜버로 유명한 쯔양 등은 은퇴를 선언했죠.

사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뒷광고'를 거절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규제가 없었을 때니깐요. 다만 구독자들, 팔로워들이 분노한 것은 '내돈내산인 것처럼 속였다'는 데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치 양치기소년처럼 "이젠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폭주한 겁니다. 인플루언서란 말 그대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고, 구독자와 팔로워들이 많을수록 그 파급력이 커질 수밖에 없죠.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인플루언서들의 생리를 이번 뒷광고 사태로 여실히 알게 된 셈입니다.


뒷광고 금지 시행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생태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는 #광고 #유료광고 #협찬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급증했고, 이를 인지한 소비자들은 그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18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협찬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239만여건, #광고는 103만건에 달합니다.

성패의 핵심은 진정성입니다. "광고인 건 알지만, 그럼에도 내가 믿고 구독하는 인플루언서가 실제로 써보니 좋았던 제품이구나"라며 지갑을 여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입니다.


팔로워 17만4000여명을 보유한 강희재 UTG 대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패션,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쇼핑몰에서 직접 판매하는 제품을 홍보할 땐 '#영업'이라는 해시태그를, 협찬을 받고 판매를 진행하는 제품에 대해선 '#광고'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는데요, 소비자들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입니다. 강 대표가 "영업 라방(라이브방송)인데 다른 얘기만 하고 있다. 이제 영업 좀 해도 되냐"고 하면 댓글엔 "영업 보러 왔어요", "영업 내용 궁금해요" 등이 쏟아집니다. 물론 호의적인 팔로워들만 라방을 본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희재언니가 직접 써본 후기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넘치는 걸 보면 진정성 있는 판매 글을 '정보'로 접근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뿐 아닙니다. 뉴질랜드도 뒷광고 적발 방침을 밝혔죠. 이달 2일 뉴질랜드 ASA(Advertising Standard Authority)는 인플루언서들이 게시물 속에 광고를 명시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습니다. 후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sp(sponsored)나 협업 제품이라는 #collab(collaboration) 같은 해시태그를 달면 안되고, 광고라는 걸 명시하는 #AD를 달아야 하는 게 골자입니다. 후원금을 돈으로 받지 않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받거나 제품을 선물로 받았을 때도 모두 광고임을 밝혀야 합니다. 현지에서 유명한 한 인플루언서가 뒷광고를 밝히지 않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고 하네요.

TV 예능프로그램의 PPL(간접광고) 행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SBS는 대놓고 PPL을 하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 '텔레그나'를 선보였고, MBC의 대표 예능 '놀면 뭐하니?'에선 "억지스럽지 않은 PPL을 해야 한다"며 PPL임을 확실히 밝히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어차피 광고라는 걸 밝혀야 한다면 그 자체를 재미난 예능 요소로 풀어내거나 솔직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시작된 겁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산업으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동영상 후기 서비스 '브이리뷰'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가짜 리뷰나 뒷광고를 근절할 수 있는 '구매 후기 동영상'의 누적 노출 수가 론칭 1년 반 만에 3억건을 돌파한 겁니다. 실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진짜 후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데요, 이젠 '진정성' 있는 제품 홍보가 필수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바야흐로 '앞광고'의 시대, 누가 '진정성의 승자'가 될까요?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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