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적자 100억에도 '대관료 면제' 이유는?

입력 2020-09-18 14:32   수정 2020-09-18 14:37


서울 예술의전당이 공연장 대관료를 올해 말까지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1988년 개관이래 대관료를 면제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의전당은 다음달 5일부터 12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오페라하우스(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와 음악당(콘서트홀,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안에 있는 공연장 6곳의 대관료를 면제해준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예술의전당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좌석간 띄어앉기를 적용하거나 관중을 받지 않고 공연을 열 때 기본 대관료 전액을 면제해준다. 운영비를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국공립 예술단체나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조치를 통해 민간 공연단체들에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좌석간 거리두기 탓에 수익이 전석 매진 기준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 속에서 대관료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공연 한 회당 대관료만 수백만원이 든다. 대규모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대관료가 1000만원에 달한다.

민간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공연단체 대부분이 한국 대표 공연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예술의전당 대관을 원한다"며 "몇 개월 동안 수익이 없었던 공연단체들에겐 (대관료 면제는) 희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수익이 준 건 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공연 취소로 인한 누적 적자만 약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당 안에 있는 식당, 카페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관객 수가 줄고 비용만 들자 오페라하우스 안에 있는 레스토랑 '클레프'와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예향'이 이달까지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긴축 재정 정책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예술의전당이 대관료 면제에 나선 이유는 공연 수요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공연은 기본적으로 체험을 통해 만족을 얻는 '경험재'로 온라인 공연만으론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음악회나 오페라, 연극을 꾸준히 접해야만 공연예술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근 3년여 간 공연 예술로 쏠리는 대중들의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MBC의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과 SBS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공중파를 비롯해 엠넷의 '썸바디', JTBC의 '슈퍼밴드', '팬텀싱어'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예술가들이 노출돼 공연이 호응받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유인택 사장은 "예술의전당이 정부 지원기관은 아니지만 공연예술계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 책임감을 갖고 민간 예술계의 고충을 분담하고자 이번 지원책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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